아들의 졸업식
아들의 졸업식
  • 한명숙
  • 승인 2007.08.3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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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의 초등학교 졸업식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몇 년이 흐른 지금도 어제 일인 듯 생생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는 일은 가슴 뭉클한 행복을 느끼게 한다. 졸업식장에 모인 아이들 중에 가장 듬직하고 멋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얼굴 가득 행복한 웃음, 그 웃음을 담으려고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는 강당 복도에서 서성거렸다.
  졸업증서가 전해지고 공로상, 표창장, 장학증서가 전달되는 동안 맨 앞줄의 빨간 티셔츠의 아이는 몇 번을 단상에 올라갔다. 전교 회장에 출마해서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목소리로 선생님들을 감동시켰던 아이는, 아쉽게도 부회장이 되었지만 열심히 친구들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학생으로 기억되어 장학증서와 공로상을 받았다.
  장학금은 십 만원! 그러나 금액보다도 더 값진 것을 얻었다. 학원 한번 보낸 적 없는 아이가 받은 장학금은 엄마 아빠의 미안한 마음을 위로해주었다. 시골에 계신 시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아이구 잘했다. 우리 덕진이 정말 잘했어.”하시며 기뻐하셨다.
  아들의 졸업식을 지켜보면서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너무 형식적인 졸업식을 하더라는 것이다. 졸업식의 꽃인 송사와 답사가 빠진 졸업식은 눈 깜박 할 사이에 끝이 났다. 150여명이 되는 졸업생을 위한 졸업식은 40분이 채 안되어 끝나고 송사와 답사가 없는 졸업식을 의아해하는 학부모들은 교실에서 화면으로 아이들 모습을 지켜봐야했다.
  졸업식에서 주인공인 졸업생들이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정든 학교를 떠나며 보내는 눈물어린 송사와, 그런 선배들을 축하하며 후배들이 전하는 따뜻한 마음이 담긴 답사는 졸업식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라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내 어릴 적 초등학교 졸업식은 눈물바다였는데 아들의 졸업식을 지켜보면서 자꾸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눈물을 흘리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웃고 장난치고 떠들고, 그런 아이들을 나무라는 선생님들도 계셨지만 아들의 담임선생님의 모습에서는 섭섭함이 묻어났다. 아들의 담임선생님은 젊은 여선생님이시다. 학부모 몇몇과 아이들이 남아 선생님과 사진을 찍느라 서성거리는 교실에서 선생님이 그만 눈물을 보이셨다. 아들에게 선생님을 위로해드리라고 떠밀었더니 선생님께 다가가 “선생님 그 동안 감사 했습니다.” 한다. 아들의 등을 다독이며 감정을 추스르던 선생님은 끝내 울음을 참지 못하고 휴게실로 들어가시더니 한참 후에야 눈자위가 붉어져 나오셨다. 학생들은 가벼운 웃음을 남기고 떠난 자리에 담임선생님만이 눈물을 보인 졸업식을 지켜보는 학부모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졸업식이 있기 얼마 전 학부모 몇몇이 모여 선생님과 저녁식사를 했다. 그 자리에서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엔 아이들에게 너무 무섭게 대했어요. 6학년이라서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이 잘 따라주었고, 너무 정이 들어서 아마도 졸업식 날은 저 혼자 울어 버릴 것 같아요.”
  졸업식에서 선생님이 보인 눈물은 아들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선생님의 사랑을 말해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가슴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냉정하고 야무져 보이는 젊은 여선생님의 눈물은, 불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우리네 교육현장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아이와 사진을 찍을 때 웃음을 보이던 선생님 모습을 떠올리며 교문을 나서는 마음이 기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했다.
 

 한명숙(muskoog@hanmail.net)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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