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로 치닫고 있는 일본
'극우'로 치닫고 있는 일본
  • 독서신문
  • 승인 2013.02.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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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지금'
▲ 양정석 특파원    
[독서신문] '1위-자위대'.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여론 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미국 갤럽사와 공동으로 실시한 미·일공동여론조사의 많은 항목 중 눈길을 끈 것은 '국내 조직 또는 공공 기관에 대한 신뢰도'였다. 미국과 일본의 순위를 비교해 보는 순간, 재외국민의 '둥지 본능'이랄까, "한국은?"이라는 물음표가 한동안 머릿속에 머물렀다. 복수 응답이 가능한 조사에서 '자위대-77%, 병원-68%, 신문-57%'로 '베스트 3'였고, '노동조합-26%, 국회-25%, 중앙부처-24%'로 '워스트 3'였다.

필자가 일간지의 도쿄특파원으로 활동하던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의 분위기와 비교해 볼 때 확 띄는 큰 차이점은 없었지만 '작은 변화'들이 영 눈에 거슬렸다. 자위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이 정도로 절대적이었나? 요미우리신문은 자위대에 대한 신뢰도가 '사실상 역대 최고'라는 식으로 평가하고 있다. 곰곰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이따금씩 불거져 나오는 방산, 군납 비리가 일본에서 도마에 오른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도덕적 신뢰도의 영향? 아니면 대지진 때의 영향? 지난 2011년 3월 11일 동북대지진 때, 폭발하는 원자로 위에서 헬기로 물을 뿌리던 자위대의 늠름한(?) 모습. 물론 이런 요인들도 '민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근 일본의 정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10년 이상 도쿄에 거주하고 있는 필자에게 어느새 극우 단체의 시위는 일상의 지나침이 돼버렸다. 시커먼 차를, 많게는 수십 대씩이나 줄지어 타고 다니면서 온 시내가 떠나갈 듯하게 "조선인, 물러나라!"를 대형 확성기를 통해 뿜어대는 그들. "또 하는군…" 하던 무관심의 반복이었지만 요즘은 신주쿠의 한인 상권이 밀집한 쇼쿠안도리, 오오쿠보도리까지 진출해 살벌한 시위를 벌이니 애써 감춰 두었던 불안감마저 스멀댈 정도다. 시위대가 한국 식당에까지 들어와 식사를 하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당신들은 자존심도 없느냐?"라고 윽박을 지를 정도라고 하니….

한국, 중국과의 영토 분쟁 와중에 극우의 힘을 등에 업고 닻을 올린 아베 내각. 지난 2006년 단명에 그쳤던 제1차 아베 내각 때와는 전혀 다른 '극우 무장'이 일본을 벼랑 끝으로 몰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일본 유력 언론들의 여론 조사에서도 이상 기류 현상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2006년 아베 1차 내각 때는 집권 초 1개월 단위로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지지율이 점점 하락세를 보이며 단명에 그쳤지만 2차 내각의 지지율은 출범 첫 달이었던 지난해 말보다 오히려 상승세를 타며 62%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다, 아소, 하토야마, 칸, 노다 총리로 이어졌던 이전 정권에서 볼 수 없었던 인기 상승이다. 이같은 보수화의 물결은 재무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헌법 9조의 개정 뿐 만 아니라 11년만의 국방 예산 증액 방침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국방비 증액에 대해 일본인들은 54%가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군사적으로 위협이 되는 나라 또는 지역'을 묻는 항목에서는 중국(79%), 북한(77%), 러시아(45%), 중동(39%), 한국(37%) 순으로 결과가 나왔다. 한국의 경우는 지난 조사 때보다 14%나 상승한 수치이다. 한국을 위협국으로 생각하는 일본인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최근 시마네현에서 열린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처음으로 차관급 인사를 파견했다. 일본 국민의 60% 이상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생각하고 있다는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업고 "으쌰!" 힘을 내고 있는 모양새다.

자위대에 대한 기대치가 솟을 만한 분위기는 일본 전역에서 감지된다. 한동안 귀가 따갑게 들었던 '한·일 동반 성장'의 슬로건이 무색해진 요즘. 한국의 새 대통령을 보는 재외 국민들이 시선이 어느 때보다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도쿄(일본) = 양정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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