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편지-공부열광 _ <9> 좋은 책과 사고
아빠의 편지-공부열광 _ <9> 좋은 책과 사고
  • 독서신문
  • 승인 2013.02.2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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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왜, 그럴까'라고 생각하되, 너무 깊게 빠지지 마세요."
 
조선 후기의 실학자 안정복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서인 『동사강목』의 저자입니다. 안정복은 20년 이상 집필 끝에 고조선부터 고려말까지를 다룬 역사책을 지었습니다. 그는 이 책을 쓰면서 『삼국사기』, 『고려사』, 『해동제국기』 등의 국내서적 43종과 『사기』, 『한서』 등  중국서적 17종 등의 자료들을 비교 검토하는 고증학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였습니다. 안정복은 어린 시절 전라도와 경상도, 서울을 오가며 자랐습니다. 예조참의를 지낸 할아버지 안서우의 근무지를 따라 다닌 결과였습니다. 그는 당시 또래들보다 다소 늦은 열 살 때 책읽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10년 동안에 엄청난 독서를 해 역사, 시문, 천문, 의약 등 다양한 분야에 깊이가 있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에는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책을 읽는 '주경야독'을 했습니다. 독학을 하던 그는 서른다섯 살에 성호 이익의 제자가 됩니다. 이 때부터 여러 학자들과 토론하면서 실학 사상의 정립을 꾀합니다. 그가 살던 18세기는 전통적 봉건체제의 모순 속에 서학 등 새로운 사상과 학문이 수입되던 시기였습니다. 안정복은 서학의 충격 속에서 전통적 유교이념을 되살리고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이에 비해 성호학파의 젊은 학자들은 양명학이나 천주교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급진적 개혁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를 경계하던 안정복은 여러 차례 소장파 학자들과 토론을 합니다. 그중의 한 사람이 같은 이익의 제자인 녹암 권철신입니다. 안정복이 그에게 보낸 편지에서 '독서는 보수적이어야 함'을 주장합니다. '글을 읽을 때는 너무 깊게 해석하지도, 너무 얕게 해석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로지 글쓴이의 원래 뜻에서 이해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확대해석을 금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앎이 부족한 것이지만, 별것이 아닌 것을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의미입니다. 책 내용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주관적인 판단을 해서는 안됨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가 권철신에게 쓴 편지 한 구절을 봅니다.
 
"책을 읽을 때는 '왜 그럴까'라는 생각이 필요하네. 이 생각이 있어야 공부가 제대로 되네. 주자는 '책을 읽으면서 배경을 생각하면 크게 발전한다. 처음엔 단순하게 읽다가, 다음에는 점차 생각이 깊어지고, 갈수록 구절구절 원리 탐구를 하고 싶어진다. 이런 과정을 한 차례 거친 뒤에는 깨닫게 되고 이해를 하게 된다. 이것이 진정한 공부'라고 하셨소. 이것이야말로 독서에 대한 현명한 정의라고 생각하오. 큰 학자들의 말씀이 모두 분명하고 쉬우니, 너무 빠져들어 색다른 뜻을 찾다가 스스로 혼란스러워하지 마소. 퇴계 선생은 '독서 때 별다른 뜻을 깊이 찾을 필요가 없고, 본문에서 현재 있는 뜻을 찾아야 한다'고 하셨소. 이 말이 아주 쉽고 적당한 표현인 듯하오. 잘 생각해 보시게나."
 
공부를 할 때 '왜'라는 의문을 갖는 것은 당연합니다. 뇌가 조화롭게 발달하려면 종합적인 자극이 필요합니다. 책은 다양한 경험과 삶의 중요한 가치관이 녹아있고, 실용적인 기술이 실려 있습니다. 뒤뇌 활성화를 위해서는 책을 읽는 게 좋습니다. 책을 읽는 것은 '왜'라는 의문을 던지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익의 표현처럼 별것이 아닌 것을 너무 깊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입니다. 모든 것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책도 모든 종류를 다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나에게 살과 피가 될 좋은 책을 읽어야 합니다. 어떤 책이 좋냐구요. 그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알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좋고 나쁨을 가릴 수 있는 상식이 있기 때문이죠. 
 

글쓴이 이상주는?
역사작가이고 조선왕실 전례위원이다. 북(BOOK) 칼럼니스트로  각종 글쓰기, 책쓰기 지도와 안내를 한다. 이상주글쓰기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10대가 아프다』, 『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왕의 영혼, 조선의 비밀을 말하다』 등이 있다.
http://www.이상주글쓰기연구소.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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