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vs영화]'남쪽으로 튀어'
[소설vs영화]'남쪽으로 튀어'
  • 윤빛나
  • 승인 2013.02.1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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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온 무정부주의자의 운명은?
▲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표지(왼쪽)와 영화 <남쪽으로 튀어> 포스터.     
 
 
 
[독서신문 윤빛나 기자] ‘무정부주의자’ 아버지의 소신 있는 삶과 그에 조금씩 영향을 받아 가는 아들 이야기를 그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소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이 작품이 국내에서 영화화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컸던 것이 사실이다. 작품 특유의 일본 냄새를 어떻게 없앨 것인지, 그리고 지나치게 한국 정서에 맞추다 보면 원작의 개성이 사라지진 않을지 우려를 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작의 에피소드를 최대한 안고 가면서도, 우리 정서에 맞게 잘 각색해 ‘일본 냄새’에 대한 거부감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영화 중간 중간 등장하는 사회 풍자 코드나 ‘최 게바라’ 같은 말장난은 어느 세대에나 먹히는 웃음 코드로 작용한다.

책이 아들 ‘지로’의 시점에서 서술됐다면, 영화는 철저히 아버지 ‘최해갑’(김윤석 분) 위주로 굴러간다. 그 이유는 각본의 영향도 있겠지만, 최해갑 역에 김윤석이 캐스팅되면서 그의 존재감이 영화 전체를 집어삼킨 탓도 있어 보인다.
 
 
 

▲ 영화 <남쪽으로 튀어> 스틸컷     © 영화사 거미



“학교 다녀서 뭐 하냐”라며 자유분방한 교육관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가출한 아들에게 안부조차 묻지 않는 모습은 아들에 대한 사랑이 결여된 아버지처럼 보이기 충분하지만, 최해갑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으로 모든 것이 상쇄되면서 ‘그럴 듯한 일’이 된다. 최해갑 캐릭터의 생명성은 대부분 김윤석이 불어 넣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김윤석의 활약이 대단하다. 그 탓에 충분히 개성 넘치는 다른 캐릭터들이 설 자리를 잃고 다소 겉도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렇게 너무 애쓰지 않아도, 남들과 달라도 잘 살수 있다고 말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극중 큰딸 ‘민주’(한예리 분)는 취업난에 시달리며 남몰래 괴로워한다. 한국 상황을 반영해 새롭게 풀어낸 대표적인 예이다. 결국 최해갑네 집의 ‘가지지 말고 배우지 말자’라는 가훈은 판타지로밖에 남을 수 없는 것인가, 씁쓸함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 영화 <남쪽으로 튀어> 스틸컷     © 영화사 거미


영화 <남쪽으로 튀어>의 백미는 남쪽 파라다이스, ‘들섬’이다. 책에서도, 영화에서도 “좋소. 그럼 난 오늘부터 국민 안 합니다. 멋대로 정해놓고 국민의 의무다?” 따위의 말을 내뱉는 주인공의 가족들은 결국 제도나 관습을 벗어나 이상향 ‘남쪽’을 향해 떠난다. 실제 대모도와 여서도, 청산도라는 이름조차 낯선 섬에서 촬영된 이 장면들은 바다의 청량함과 섬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 ‘힐링’이 될 정도다.

책은 아들 ‘지로’의 성장 이야기를 다룬 1권과 남쪽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맞서는 2권, 두 권에 걸쳐 진행되지만 영화는 시간적인 한계로 놓치고 가는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큰 맥락을 최대한 끌고 왔고,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도 비슷하게 넘겨준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binna@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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