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아이들
불량 아이들
  • 양미영
  • 승인 2013.01.3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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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양미영 기자] 자신의 가족사를 바탕으로 우리가 마주보지 않았던 장애 문제를 현실로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던 『이빨 자국』의 조재도 작가가 『싸움닭 샤모』에 이어 『불량 아이들』을 출간했다.

『싸움닭 샤모』이 주인공 안평대의 유년기를 다뤘다면, 『불량 아이들』은 시대를 현대로 옮겨와 오늘날의 청소년기 아이들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주인공 안평대가 한 인간으로 우뚝 성장해 가는 과정을 세밀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로 그려내고 있는 이 소설은 오늘날 학교의 실상과 문제를 가감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충격적이다.

작가의 말처럼 한 세대를 뛰어넘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가정도 학교도 사회도 참으로 많은 것들이 아찔할 정도로 변했지만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바로 우리 사회가 여전히 경쟁 사회라는 것, 학벌 중심 사회라는 것, 점수에 의해 아이들은 등수가 매겨지고, 경쟁 없이는 발전도 없고, 세상은 적자생존이며, 약한 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살벌한 논리가 예나 지금이나 우리들의 의식을 짓누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아라는 아이들도 따지고 보면 입시 경쟁 교육이 낳은 ‘괴물’들인 것이다. 공교육 봉괴니 학교 폭력이니 하는 문제의 원인으로 여러 진단과 처방이 나오고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날로 격화되는 경쟁에 있다. 경쟁 교육과 경쟁 사회가 변하지 않고서는 괴물들의 양산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다.

서울 변두리에 있는 ‘양아치 학교’에 다니는 양평대와 마두배, 김희남. 소설은 첫장부터 끝까지 이들 불량스런 중학생들의 행동과 언설이 거침없이 이어진다. 욕이 아니면 말을 못한는 것은 물론이요, 야동과 게임에 빠져 있고, 술과 담배를 달고 살고, 빵셔틀에, 동네 불량 서클을 기웃거리고 심지어는 ‘삼성파’라는 조직까지 가입해 친구들에게 양담배를 팔고, 시험 정답을 알려주면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한다.

누구나 일등이 되기를 강요하고 세상에서 어쩌지 못하고 일탈과 방황을 일삼는 아이들. 그들에게 학교는 문제아, 불량 아이들로 취급할 뿐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소설 속 ‘불량 아이들’의 겉모습은 거칠고 되바라지고 반항적이지만 그들의 내면은 여러 요인으로 인해 열등감에 젖어 있다. 그들이 기성세대의 삶을 흉내 내며 눈에 힘을 주고 주먹을 을러대지만, 낮은 자존감과 여린 속내를 가지고 치열하게 흔들리고 있다.
 
“경쟁주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은연 중 가치 없는 사람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해. 경쟁주의 특징이 승자와 패자를 확실히 나누는 거잖아. 경쟁에서 이긴 사람은 진 사람을 지배해도 좋고, 진 사람은 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으로 취급당하고.”
- 본문 76쪽에서
 
결핍과 상처를 안고 있는 ‘불량 아이들’이지만, 그들도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아이들이며, 그들 나름대로 성장의 아픔을 겪으며 하나의 인간으로 자라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때 우리는 그들을 ‘문제아’가 아닌, ‘한 인간’으로 보듬어 안을 수 있지 않을까.

 
■ 불량 아이들
조재도 글| 김호민 그림 | 작은숲 펴냄 | 296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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