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는 있지만 낯설기만 한 동물 코뿔소는, 우리가 다 아는 것 같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우리 자신'을 상징한다. 그래서 책의 제목 '내 안의 코뿔소'를 두 눈 감고 들여다보는 것은 곧 우리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의미한다.
주인공 '요피'는 툭하면 짜증을 내고, 사소한 일로 다투는 신경질쟁이다. 훌훌 털어버릴 만도 한 옛날 일에 자꾸 얽매이고, 세상사와의 힘겨루기에 지쳐 자신이 꿈꾸던 미래를 외면한 채 현실에 안주하려 한다.
삭막하게 살아가던 요피 앞에, 생사 확인도 되지 않던 할아버지 '메루'가 별안간 나타난다. 비록 늙었지만, 메루는 산전수전을 다 겪은 현자다. 요피는 메루와 함께 예정에 없던 '자아 찾기' 여행에 나선다.
강과 산과 초원과 황무지와 계곡과 사막을 지나 최종 목적지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동안 요피는 툭하면 짜증과 심술과 분노와 미움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그런 요피를 보고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는 메루는 요피에게 '분노'가 얼마나 마음을 피폐하게 하는지, 또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지,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 자신과 타인을 용서할 때 얼마나 평화로워지는지, 왜 끝까지 꿈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등을 조곤조곤 설명해 준다.
요피가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스스로 되돌아보고, 잊고 있었던 꿈과 소망을 찾아가는 여정은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그 마음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꿈귀신' 캐릭터가 무척 독특하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속에 들어앉아 있는 이 캐릭터는 상황에 따라 자유자재로 변신하면서 사람들의 꿈을 빨아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우리의 기억과 생각을 과장하고 조작하면서 우리 내면에 분노와 미움과 공포와 좌절감을 만들어낸다.
천둥벌거숭이 요피는 물론 지혜로운 할아버지 메루까지 제마음대로 휘둘러대는 이 악역이 바로 우리 스스로도 어쩌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존재다. 대적하기 쉽지 않은 이 캐릭터에 맞서 자기 마음의 주인이 되려는 요피의 힘겨운 노력과 메루의 지혜로운 해법은 저자가 독자들에게 전하려 하는 메시지와 맞닿는다.
소설가 김훈은 이 작품을 "할아버지와 손자, 두 코뿔소가 여행을 통해 자신과 화해함으로써 삶의 고통과 미움을 극복하고 저 자신을 해방시키는 마음의 행로를 보여준다"고 압축했다. 이처럼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내 마음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나는 내 마음을 얼마나 괴롭혔는지 돌아보며 내 마음과 내 삶의 평화, 타인과 세상의 평화를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 내 안의 코뿔소
올리버 반틀레 지음 | 박성우 옮김 | 엑스오 펴냄 | 189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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