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쫓기고 일에 쫓겨서 성큼성큼 앞만 보고 가는 사람들로 가득한 서울. 서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참 빠르다. 신호등마저도 빨라서 파란불은 거의 시작과 동시에 깜박거리고 덕분에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이제 ‘빨리빨리’는 서울 사람들의 습관을 넘어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그런데 아주 가끔이라도 발걸음의 속도를 조금 늦춰보면 어떨까? 그 작은 여유가 삭막한 도시 서울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인사동 거리는 늘 신기한 것들로 가득해서 갈 때마다 새롭게 느껴진다. 그런데 인사동을 제대로 느끼려면 사람들로 가득한 큰 길이 아닌, 구석구석 숨어있는 골목길에 가야한다. 인사동 골목에는 신기한 물건을 파는 가게와 식당들로 가득해서 색다른 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가 누군가에게 들었거나 다양한 매체에서 본 적이 있는 서울의 거리와 골목길을 2년 동안 직접 다니면서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서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18곳에 숨겨진 다양한 골목길을 4가지 테마로 나누고 토박이들만 아는 숨겨진 이야기와 먹을거리, 볼거리, 쉴 곳에 관한 알찬 정보까지 함께 첨가했다. 잘 알려진 골목들의 특징뿐 아니라 그 골목에 대한 분위기와 지역을 전체적으로 소개해 서로 이어진 길들을 발견함으로써 골목길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서울이 수도가 된지 600년이 지났다. 서울은 놀라운 발전으로 많은 것들이 변하긴 했지만, 여전히 다양한 전통유산이 숨쉬고 있는 곳이다.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해외로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기 보다는 이 책에 소개된 지역 중에서 자신의 취향에 맞는 한 곳을 골라 천천히 구경하다보면, 서울이 새롭게 보이면서 더욱 재밌는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전영미, 한수정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256쪽/ 10,800원
독서신문 [200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