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그리다
봄을 그리다
  • 독서신문
  • 승인 2013.01.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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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순옥 교수     ©독서신문
[독서신문 조순옥 편집위원] 야누스(Janus)는 고대 로마 종교의 문호신으로 앞뒤 두 얼굴을 지닌 양면신(兩面神)이다. 문호신은 만사의 단서, 행ㆍ불행을 장악하고 하늘 문지기로 한해를 여는 성월(聖月)의 신이다.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은 시작을 나타내기 때문에 모든 출발점의 신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러한 믿음으로 아침 기도를 제일 먼저 이 신에 올렸다 한다. 야누스의 뒤에 달린 눈은 지나온 한해를 돌이켜 보며 반성하는 눈이며, 앞에 달린 눈은 미래를 구상하며 꿈꾸는 눈이다.

‘January’(1월)는 Janus에서 따왔으며, ‘January’는 ‘야누스의 달’을 뜻하는 라틴어 야누아리우스(Januarius)에서 유래했다. 야누스 얼굴처럼 1월 들어 기록적인 한파가 몰려왔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야누스 얼굴처럼 누그러졌다. 매서운 한파를 경험해서인지 이제 -4℃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봄바람처럼 느껴진다. 입춘이 지나면 산수유를 시작으로 수많은 꽃들이 우리를 부를 것이다. 그 중 동백꽃은 붉은 눈을 가지고 있다.

붉은 눈을 가지고 있는 동백은 양(陽)이다. 동백 눈은 자신을 응시하는 눈으로 자연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있는 붉은 빛 꽃은 동백꽃이다. 동백은 자신의 몸을 통해 성찰하고 아름다움을 찾는다. 동백의 붉은 빛 꽃은 신선함과 인간다움을 유지하여 우주를 꿈꾸게 만들어 주며, 푸른 바다와 하늘을 응시할 수 있는 감미로움을 우리에게 선물로 준다.
 
지금 여수 오동도는/ 동백이 만발하는 계절/ 동백 열차를 타고 꽃 구경 가요/ 세상의 가장 아름다운 거짓말인 삼월의 신부와 함께// 오동도, 그 푸른/ 동백섬을 사람들은/ 여수항의 눈동자라 일컫지요/ 우리 손을 잡고 그 푸른 눈동자 속으로 걸어들어가요// 그리고 그 눈부신 꽃 그늘 아래서 우리 사랑을 맹세해요/ 만약 그 사랑이 허튼 맹세라면 사자처럼 용맹한/ 동백들이 우리의 달콤한 언약을 모두 잡아먹을 거예요/ 말의 주춧돌을 반듯하게 놓아요 풀무질과 길쌈을 다시 배워요
- 송찬호, 「동백열차」 부분
 
붉은 눈의 동백이 있다면 ‘푸른 눈동자’의 동백섬도 있다. ‘푸른 눈동자’는 푸른 의지로 사랑을 맹세하는 의지이다. 사랑은 응시를 통해 이루어진다. 눈빛은 말보다 더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다. 말로만 하는 사랑은 멀리 갈 수 없다. 때문에 ‘말의 주춧돌을 반듯하게 놓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배워야 할 일들이 있다. ‘풀무질’은 저쪽 사물들을 보도록 만들며, ‘길쌈을 다시 배운다’는 것은 내면세계로 내려가기 위한 ‘검을 玄, 하늘 현, 아득할 현’을 알기 위한 것으로 말이 지니고 있는 순수성을 찾기 위함이다. ‘묘한 상태, 아득한 상태, 처음’을 찾기 위해서는 ‘삶이 비록 부스러지기 쉬운 꿈일지라도’ 참을 찾기 위한 응시를 멈추면 안 된다.

바다가 있는 곳, 물이 있는 ‘여수 오동도’는 동백 눈의 생동하는 시각을 갖고 있다. 시각 활동은 빛이 눈에 들어와 통과하고 망막에 도달하여 영상을 맺게 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때 눈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찾아보려는 의지를 갖게 된다. 응시는 이러한 것에 대한 의지이다. 인간은 자기의지를 가지고 자신 스스로 세계를 보고 인식하려한다. 눈은 그 자체로 빛나는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기 위해서 눈은 아름다워야 한다. 눈동자 속으로 아름다운 푸른색이 들어가 아름다운 말의 ‘푸른 눈동자’가 되듯 포근한 날씨가 되니 벌써부터 붉은 동백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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