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시대'에 거는 기대
'박근혜 대통령 시대'에 거는 기대
  • 방재홍
  • 승인 2012.12.20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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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재홍 발행인     ©독서신문
[독서신문 = 방재홍 발행인] 참으로 외롭고, 힘든 싸움이었을 것이다. 손학규-김두관-정세균 등 쟁쟁한 당내 경선 후보들과 세를 합친 뒤 안철수에 이어 이정희까지 힘을 합친 문재인 후보 세력과의 '1 대 다(多)' 대결은 의지가 강한 남성이라도 견뎌내기 힘든 구도였다. 그러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결국 정면승부로 승리를 이끌어냈다. 진정 '당찬 여성'이다. 성차별 의식이 꽤 심한 나라로 평가 받는 한국에서 박근혜 후보가 여성으로서 헌정 사상 최초로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다는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
선거 전문가들은 '과거 3김(金)과 맞먹는 박 당선인의 강력한 개인 브랜드'를 주요 승인 중 하나로 꼽는다. 12월 18일 실시한 리얼미터 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5.6%에 불과했다. 현 정부의 정치적 기반이 이렇게 허약한데도 여당이 대선에서 이긴 것은 박 당선인이 이 대통령과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문 후보 측이 '이명박근혜'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현 정부의 실정에 박 당선인이 공동 책임이 있다"고 집중 공격했지만, 박 당선인이 비껴갈 수 있었던 이유다. 캠프의 핵심 참모는 "박 당선인이 무리한 정치공학을 멀리하고 원칙주의 노선을 고수했던 게 결과적으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한 것 같다"며 "야권 단일화 바람을 막기 위해 캠프에선 개헌론 제기 등 여러 가지 승부수를 건의했지만 박 당선인은 '그런 건 민생 우선에 맞지 않는다'며 끝내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근혜 18대 대통령 당선인은 이번 12.19 선거를 통해 34년만에 청와대에 재입성하게 됐다. 박 당선인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3년 5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열한살 때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1979년 10월 26일 박 전 대통령의 서거로 스물일곱살 때 청와대에서 나왔다. 성장기와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지냈던 청와대를 30여년이 지난 뒤 60대의 나이에 다시 들어가 주인이 된다는 점에서 감회가 새로울 것이다. 그러나 지난 세월에 대한 낭만적 감성과 추억에 젖어 있을 시간이 없다. 박 당선인 앞에 너무나 중차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국민께 드린 약속을 반드시 실천하는 '민생 대통령'이 되겠다." 박근혜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민생'을 대국민 메시지의 화두로 내세웠다. 이와 함께 '신뢰 대통령', '대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시 한번 약속했다. 불확실한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박 당선인으로서는 양대 축에 끼인 한국경제의 역할과 미래를 찾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아울러 산적한 우리 내부 문제 해결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의 지속적인 증가, 바닥을 모르고 가라앉기만 하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침체, 일자리 창출 여력 급감, 고령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입 등 풀어야 할 숙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진보와 보수의 대립, 여야의 대립, 빈부격차에 따른 갈등, 지역·세대 간의 갈등, 노사 갈등 등 수많은 사회적 불협화음도 경제적 현안 못지 않게 임기 내내 골치를 아프게 할 과제들이다. 박 당선인은 앞으로 5년간 청와대에 머물며 거친 들판과 험한 물살을 헤쳐나가면서 '대한민국 호'의 앞날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기존의 '보수정당, 수구정당의 대표'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개혁적일 만큼 혁신적으로 변해야 한다. 대선 승리의 기쁨에 들떠 승자독식과 불통으로 일관했던 과거 정권의 전철을 다시는 밟지 말아야 한다.
박 당선인의 최대 약점으로 '소통부재'가 종종 지적된다. '나만 옳고 세상 모두가 틀렸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소통은 불통이 되고 소통부재는 독선과 독단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소통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상식적으로 작동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이다.
'국민대통합'을 대선 최대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운 박 당선인이다. 안티 세력도 국민인 만큼 당연히 통합의 대상이다. "'스트롱 맨(strong man)'의 딸이 대통령이 되면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가 부활하지 않을까"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오랫동안 신뢰와 원칙을 트레이드 마크로 삼아온 박 당선인이기에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믿는다. 구호만으로는 '국민대통합'이 이뤄질 수 없다. 흔들림 없는 신뢰와 원칙으로 그 진정성을 뒷받침해야 한다.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고 살벌한 눈으로 독설을 퍼붓던 상대 후보의 이야기도 들어줄 수 있을 만큼 귀는 항상 열려있어야 한다. 내년 우리 경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고통받는 것은 서민들이다. 소외된 계층을 더욱 따뜻이 보듬어주는 포용의 리더십이 기대된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은 여러모로 역사속 좌표에서 뚜렷히 각인될 것이다. "정권교체를 넘는 시대교체를 이루겠다"는 박 당선인의 말을 지지여부를 떠나 모든 국민이 기억하고 있다. 공식선거운동 22일간의 마지막 유세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마무리했고, 당선인으로서 첫 걸음을 내디딘 곳이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 특설무대였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외친 18대 대통령의 음성과 약속을 모든 국민은 잊지 않을 것이다.
이와 함께 이제 국민들도 새 대통령의 행보를 지켜보고, 힘을 실어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2012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존 매케인이 패배 인정 연설을 할 때,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민주당 후보 버락 오바마에게 야유를 보내자 "He is my president"라고 말했고, 이 한 마디에 성난 군중이 양같이 순해졌다고 한다.
정치 성향이 달라도 결국 우리 모두는 '더 나은 내일의 대한민국'이라는 같은 바람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누군가는 박수를 쳐줘야 한다는 걸…. 욕하고 헐뜯고 퇴보할 시간이 없다. 퇴직한 가장도, 불황에 우는 기업인도,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허덕이는 근로자도, 구직난과 등록금에 시달리는 청춘들도 '지금보다 조금 더 웃을 수 있게 만들어줄 대통령'이길 기대하며 다함께 박수로 새출발을 축하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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