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바꾼 여행
h1911년 스위스 출신의 젊은 건축학도 샤를 에두아르 잔느레는 친구 오귀스트 클립스탱과 함께 독일의 드레스덴을 출발하여 보헤미아와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를 거쳐 터키와 그리스를 횡단하는 장장 6개월의 긴 여행을 떠났다. 배를 타고 도나우 강을 따라 내려오며, 또는 기차, 마차를 타거나 노새의 등에 올라타고 유랑하며, 스물네 살의 젊은이가 발견한 것은 단순히 이국적인 풍광만이 아니라 자신을 송두리째 변화시킬 만큼 강렬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이 젊은 날의 여행은 샤를 에두아르 잔느레라는 건축학도가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로 나아가는 첫 걸음 같은 것이었다. 그는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통해 자신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건축을 발견했으며, 건축가로서의 사명감을 일깨우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이 기행문은 한 젊은이의 인생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강렬한 여행의 기록이다.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위대한 예술가의 감성적이고 예민한 젊은 시절을 들여다보는 것, 백여 년 전 전쟁의 상처를 입기 이전의 유럽인들의 삶과 문화를 알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이 주는 일차적인 재미다. 나아가 르 코르뷔지에의 글과 스케치들을 보면서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지금 당장 여행을 떠나고픈 충동에 사로잡힐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 지음/ 조정훈 옮김/ 다빈치/ 248쪽/ 15,000원
독서신문 1394호 [2005.12.11]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