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민주화와 복지, 그리고 ‘믿음을 주는 대통령’
경제 민주화와 복지, 그리고 ‘믿음을 주는 대통령’
  • 조석남
  • 승인 2012.12.1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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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독서신문 = 조석남 편집국장]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중요한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이것은 ‘시대정신’과도 연결되는 것으로 장차 국가사회 발전을 위한 ‘국민적 선택’이 이번 대선을 통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에서부터 시작된 시장실패에 대한 반성과 이를 교정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얼마나 강화할 것이냐가 전 세계적 화두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경제적 측면에서 이를 둘러싼 대립 구도가 형성됐고, 서구 자본주의국가들이 겪는 것처럼 선거를 통한 경제 시스템과 철학의 궤도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유력 대통령후보의 공약을 살펴보면 상당히 유사한 내용이 많으며 특정 부분에 쏠려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정치권력의 획득에만 매몰돼 경쟁적으로 다른 후보의 공약을 차용하기도 한다. 국민의 선택을 받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시대정신’을 확립해야 하는데 이번 대선에서는 ‘중도 쏠림 현상’으로 인해 자신만의 소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선을 앞두고 ‘경제 민주화’는 점입가경이다. 여야 간에 경제민주화가 공유되다보니 ‘쇼핑카트’에는 공존할 수 없는 수많은 정책공약이 함께 담겨 있다. ‘공약 좌판’은 넘쳐나고 호객행위도 요란하다. 무상복지, 반값 등록금, 두 배의 기초노령연금을 띄운 플래카드가 사방에 걸렸지만 돈 나올 구석은 확실치 않다. 공약이 약속대로 이행되면 국가재정 파탄의 불행이 닥칠 판이다.

국민 다수는 시급한 사안으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지적하고 있다. 성장과 분배가 함께 갈 수 없다면 성장이 먼저인 것은 자명하다. 대통령후보들은 복지 포퓰리즘에 빠져 있다. 대책 없는 무상복지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복지를 보장할 수 있는 성장대책도 아울러 나와야 할 것이다. 물론 그 성장대책은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특정집단을 위한 불균형적 성장정책이어서는 안된다. 침체돼 있는 경제에 복지만을 확장한다면 그 끝은 불을 보듯 뻔하다.

국가의 부를 창출하는 것은 정부도, 정치도 아니다. 정부의 반값 등록금, 무상보육·의료 등은 민간이 창출한 부에서 거둔 세금을 국가가 재분배할 뿐인 것이다. 국가가 무언가를 무상으로 베풀어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가는 중간 조정자일 뿐이다. 국가는 재정 수입 범위 내에서 사회 선순환을 위한 자원 분배에 대해 국민과 합의를 보는 것이 바람직한 경제 민주화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별적인 복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재취업·의료 지원, 무상보육과 같은 수많은 복지 항목들 중 국민과 더불어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한다. 대·중·소기업이 상호 협력하는 공정한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중소기업을 위한다는 생각은 너무 단편적이다. 시장의 모든 생태계를 선순환시키는 것이 경제 민주화의 본질이다. 여기에 ‘노블리스 오블리쥬’ 정신과 ‘사회적 기업’의 작동으로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경제 민주화라고 할 수 있다.
 
선거는 ‘말 잔치’다. 국민들에게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해 표심을 끌어모으는 쟁탈전이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슬로건’을 내걸고 이를 뒷받침하는 공약들을 제시한다. 국민들은 슬로건에서 후보들의 철학과 비전을 읽는다.

무엇보다 대통령후보들은 이제라도 경제 현실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는 게 필요하다. 과도한 복지로 국가부도 위기에 몰릴 시기에 집권한 마가렛 대처 영국 수상은 ‘국가는 국민에게 젖을 주는 부모가 아니다’라는 강경한 슬로건을 내걸고 재정적자의 주원인인 무상복지를 과감히 줄였다. 전시내각을 이끈 윈스턴 처칠 수상도 국민들에게 ‘피와 땀, 눈물과 노고’를 요구했다.

국민들은 살림살이가 더 팍팍해질 것을 알고 있다. 이미 허리띠를 졸라맸고 구멍 한 두 개쯤은 더 졸라매야 한다는 점도 각오하고 있다. 그런 국민들에게 허황된 약속을 하는 것은 국민을 참으로 무시하는 행태다. 지금이라도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진정한 용기를 보여줘야 한다. 그런 용기야말로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그 신뢰가 난세를 헤쳐가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전 『노자』에 ‘신언불미(信言不美) 미언불신(美言不信)’이라는 말이 있다. ‘믿을 만한 말은 아름답게 꾸밀 필요가 없고, 꾸민 말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믿음을 주는 대통령’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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