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사람들에게
분노한 사람들에게
  • 윤빛나
  • 승인 2012.11.20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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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 윤빛나 기자] 지난 2010년 작은 소책자 『분노하라』로 세계에 ‘분노 신드롬’을 일으켰던 스테판 에셀이 그 연장선상에 놓은 책을 출간했다. 그의 책을 통해 분노 행렬에 동참한 이들에 대한 응답이자, 이 시대 앙가주망의 상징인 저자가 치열한 사색 끝내 내놓은 결실이다.

총 3부로 구성된 책은 순서대로 연설문, 청중 대담, 편집자 대담으로 이어진다. 연설문에서는 저자 특유의 신랄함이 돋보이고, 청중 대담에서는 인류의 현안에 대한 일관된 신념이 두드러진다. 마지막으로 편집자와의 대답에서는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해박한 지식과 독창적인 사유가 강력한 흡입력을 뽐낸다.

저자는 인류가 지금처럼 위험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원인은 세 가지. 1%의 독식으로 요약되는 신자유주의, 지속 불가능으로 치닫는 환경 파괴, 서구사회의 그릇된 대응이 낳은 테러와 보복의 악순환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이 책에서는 신자유의에 대한 비판에 무게감을 실었다.

“신자유주의 경제가 종식되고, 존 M. 케인즈가 밀턴 프리드먼의 대항마로 다시금 부상할 날이 멀지 않았어요! 우리는 이 일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본문 71쪽)

그가 말하는 노력은 전문가들만을 향한 것은 아니다. 브뤼셀 회담을 비롯한 각국 정부들의 노력 이상으로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건 다름 아닌 ‘99%의 저항’이다. 월가에서 시작돼 세계 전역으로 퍼져나간 ‘점령시위(Occupy 운동)’의 열렬한 지지자인 그는 ‘평화적 봉기’를 옹호하며 그 궁극은 민주주의임을 강조한다.

인류 앞에 놓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감’도 필수다. 책에서는 이집트 타흐리르 광장의 행동가들이 월가 점령시위대에 보낸 ‘연대 서한’을 예로 든다. 공간적 거리보다도 훨씬 멀었던 종교적·문화적 거리를 단숨에 뛰어넘은 이 감동적 연대는 인류가 문명 간 공감과 연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혁명주의자 같기도, 의회주의자 같기도, 이상주의자 같기도 하다. 목숨을 건 레지스탕스 활동가로, 좌파 지식인으로, 유엔인권선언 작성자로, 그리고 외교관으로 평생을 ‘세상 바꾸기’의 최일선에서 살아 온 그에게 굳이 ~주의라는 단어를 붙이자면 ‘낙천주의자’라는 딱지가 가장 잘 어울릴 것 같다.

특히 한국어판에는 저자가 친필 서명과 함께 보내 온 한국어판 서문이 실려 있고, 광우병 촛불시위, FTA 반대시위, 한진중공업, 용산참사, 기륭전자, 쌍용자동차, 서울 점령시위, 이주노동자, 청년실업 문제 등 우리 사회의 굵직한 현안들을 두루 아우르는 사진들도 실려 있어 문제의식을 명확히 했다. 자국의 현실을 담은 사진들을 실은 판본은 현재로선 한국어판이 유일하다.
 
■ 분노한 사람들에게
스테판 에셀 지음 | 유영미 옮김 | 뜨인돌 펴냄 | 167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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