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는 『논어(論語)』 위령공(衛靈公)편에서 ‘待人春風 持己秋霜(대인춘풍 지기추상)’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온화하게,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준엄하였다’고 쓰고 있다. 위엄이 있지만 온화하게, 모든 일에 조심하고 사람을 공경하는 태도로 살았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선망하는 얼굴은 온화함과 엄숙함이 조화롭게 나타나는 얼굴이다. 온화하지만 준엄함이 없으면 싱거운 사람같이 보이고, 엄숙하지만 온화한 덕이 없는 얼굴을 가지고 있으면 냉혈한 얼굴로 좋지 않은 인상을 준다. 유연한 표정을 가지고 있지만 범할 수 없는 얼굴은 우리가 가지고 싶은 얼굴이다.
또한 논어 자장편에 공자의 얼굴모습을 ‘子張篇에 君子 有三變 望之儼然 則之也溫 聽其言也厲(군자 유삼변 망지엄연 칙지야온 청기언야려)’ ‘군자는 세 가지 변화가 있으니, 멀리서 바라보면 엄숙하고, 가까이서 보면 온화하고, 그 말을 들어보면 늠름하고 준엄하다’고 했다.
이처럼 얼굴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준다. 웃는 얼굴을 ‘顔施(안시)’라 한다. 안시는 얼굴로 보시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좋은 얼굴을 갖는다는 것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지혜를 가지고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만이 고운 마음거울을 가지게 된다. 이를 곱게 늙은 얼굴이라 한다.
어스름 깔린 저녁/ 맛좋은 고등어 있어요/ 눈을 끔뻑끔뻑 하는 싱싱한 고등어 있어요/ 생선장사 아저씨가 소리치며 골목 지나간다/ 부엌에 있던 엄마가 급히 대문을 열고 나가/ 고등어 한 마라를 산다/ 나는 내 방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고/ 고등어장사 아저씨한테 말했다/ 고등어 아저씨/ 고등어 얼굴 예쁜 걸로 주세요
- 정호승, 「얼굴」
“죽음이 당신의 문을 두드릴 땐, 당신은 무엇을 바치렵니까? 오, 나는 손님 앞에 내 생명이 가득 찬 그릇을 올리겠어요. 나는 결코 빈손으로 그를 돌아가게 하지는 않으렵니다. 나의 모든 가을날 여름밤의 모든 달콤한 포도의 수학을 내 바쁜 생애의 모든 소식과 주워 모은 이삭들을 나는 그 앞에 내놓겠어요. 나의 날은 끝나 죽음이 내 문을 두드릴 때엔.”
(- 타고르, 키탄잘리 90)
우리는 유한한 일회성 생명을 가지고 있다. 모두 언젠가 죽는다. 무엇을 남기고 가야할까. 이 세상에 보람과 의미를 남겨놓고 가기 위해서 좋은 삶, 진실한 삶, 선을 지향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서로 아끼고 서로 도우며 좋은 얼굴을 가꾸도록 노력해야겠다. “고등어 얼굴 예쁜 걸로 주세요” 고등어도 죽어서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다하지 않은가.
저작권자 © 독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