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위적인 전자음
인위적인 전자음
  • 독서신문
  • 승인 2012.10.31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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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순옥 교수     ©독서신문
[독서신문 = 조순옥 편집위원] 아르페지오는 섬세한 개별성의 고른음이 모인 울림으로 각기 독립된 음들이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긴장을 가질 때 청자에게 특수한 자극을 준다. 우리가 듣는 음의 대부분은 잡음이다. 고른음은 음향학에 의하면 바탕음과 몇 개의 배음(倍音)으로 이루어지는 음이다.

사람의 목소리나 악기의 소리는 단일한 하나의 소리가 아니라 수많은 배음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복합음(複合音) 형태를 지닌다. 배음은 개별성이기 때문에 포스트모더니티 특성을 가진다. 포스트모더니티가 각기 다른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것이다. 때문에 배음의 조합 형태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목소리의 배음이 똑같다면, 서로 똑같은 음색이 되어 목소리로 사람을 구별할 수 없게 된다.

바꿔 말하면 자연스럽게 화음을 만드는 울림의 요소만을 포함하는 음이다(예 : 도-미-솔). 그것에 대해서 잡음은 여러 가지 잡다한 울림의 요소를 무질서하게 끌어 모은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음향학적 어긋남보다 심리학적 어긋남이다. 

 최고의 긴장을 유지하면서 최고의 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현을 조율하는 심안(心眼)의 심리학적 어긋남의 인고가 필요하다. 잘 조율된 현은 공명통에서 섬세한 음이 울려나온다. 아르페지오나 트레몰로로 연주하는 긴장의 손길은 무궁동(無窮動 perpetuum mobile)으로 삶이 끝없는 움직임이듯 필사적인 날갯짓으로 표현된다. 무한히 움직이는 아르페지오는 굵은 저음(G 솔)마저 투박하게 놔주지 않는다. 이는 현대시가 가지고 있는 서정성이다.
 
 
이곳의 바람에는 기타 소리가 섞여 있다
                     - 나의 귀는 아직은 예민하지

 
한물간 도시,
나의 한때를 풍미했던 음악이 울리는 곳
킹 크림슨, 지미 헨드릭스, 로이 뷰캐넌, 시드 배릿… 가
끔은 제플린호를 타고 8마일 높이로 오르기도 하고 근처
아스투리아스Asturias 마을의 조그만 선술집에서 새벽까지
로드리고, 망고레, 빌라로보스를 들을 때도 있었다네

 
                                   - 정재학, 「Psychedelic Eclipse」 부분
 
 
음악에 대한 기본적 반응은 시적 반응이며 시는 언어 예술이다. 이 점에서 시와 음악은 본질적으로 같다. 시는 언어를 사용하고 음악은 음을 사용하는 점이 다르다. 시인은 언어를 사용하여 슬픔이나 기쁨을 명확하게 전할 수 있고, 어떤 정경이나 사건도 세심하게 섬세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음에 대한 반응은 좀 더 근원적이다. 때문에 “바람에는 기타 소리가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는 것이다. 바람에 울려야 자연의 소리가 나듯 기타소리도 현이 울려야 자연의 소리를 재현해 낸다.

설령 일정한 음의 높낮이를 식별할 수 없더라도 음의 고저(高低)를 느낄 수 있는 자연음이 많이 있다. 그것들은 고른음과 잡음의 경계선상에 있는 음으로 전자음이다. 전자음은 인위적인 음으로 건조한 음이다. “킹 크림슨, 지미 헨드릭스, 로이 뷰캐넌, 시드 배릿” 이들의 특징은 자연음이 아닌 인위적인 전자음을 사용한다는데 있다. 전자음의 날카롭고 고르지 못한 진동은 생체에 영향을 줘 생체 또한 날카롭고 고르지 못한 생체를 만든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인위적인 것들은 우리의 심리 상태에 까지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음에 노출되어 있는 환경이 우리를 거칠게 살도록 만들었기에 최근 들어 묻지마 범죄와 상관관계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가끔은 클래식 음악도 즐길 필요가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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