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책은 ‘인간의 희망’이다
여전히 책은 ‘인간의 희망’이다
  • 양미영
  • 승인 2012.10.3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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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독서신문 = 조석남 편집국장] 정부는 2012년을 ‘독서의 해’로 선포했다.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들다’라는 거창한 구호도 내걸었다. 그러나 ‘책 읽는 소리’는 대한민국을 흔들기는 커녕 오히려 잦아든 가운데 ‘독서의 해’가 소리 없이 저물어가고 있다.

필자는 지난해 창간 기념호 칼럼과 올해 신년호 칼럼을 통해 실효성 있는 ‘독서의 해’ 추진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우려했던대로 또다시 변죽만 울리는 ‘전시성 행사’, ‘그들만의 리그’로 끝나고 말았다. 출판계, 서점계, 독서 관련 단체 등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결과다.

영국은 1998년과 2008년, 일본은 2010년에 이미 ‘국민독서의 해’를 전개하고 큰 성과를 거뒀다. 이를 통해 ‘국민 행복지수 상승’과 ‘국가 경쟁력 강화’란 두 마리 토끼도 잡았다. 그러나 우리는 또다시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무조건 ‘책을 읽으라’는 구호는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디지털 환경에 맞게 책 읽기 운동도 변해야 한다. 갈수록 집중하기 어려운 디지털 환경에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해줘야 하고, 독서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책을 친숙하게 만들어줘야 한다.

독서를 대체해 다양하게 즐길거리가 생기면서 지식문화를 선도했던 출판계와 서점계도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사람들은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웹서핑은 물론 조간신문을 확인하고 못 본 드라마를 보고, 게임을 하는가 하면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다.

정보기술(IT)미래학자 니콜라스 카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이런 현대인들에게 경고한다. ‘인터넷을 사용할수록 훑어보고, 건너뛰고, 멀티태스킹하는 신경회로는 강해지는 반면 집중력은 사라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디지털 시대에도 깊이 있는 사고 활동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디지털혁명은 우리의 상상이 미쳐 따라갈 사이도 없이 학문과 기술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책이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2차 문맹’이라고 부르는 ‘독서 능력 상실’은 디지털의 자동 전달 속도에 비해 책이 너무나 느린데 근본요인이 있다. 글은 시간성과 논리성에 얽매여 있기 때문에 좀더 쉽게 즉시적으로 다가오는 디지털 영상을 접하다 보면 책과 접촉하는 기회가 적어져 영상세대와의 거리가 멀어지고 단절되는 현상이 초래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과 문자가 인간의 기억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여전한 이유는 왜일까? 몸으로 기억하는 문자를 이용해 살아남은 생물의 한 종(種)이 인간이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망각을 이기기 위해 만든 표시가 문자이고, 그 연장선상에 책이 있다.
유한한 생물학적 기억과 바꾼 문자는 인간이 ‘인간적 인간’으로서 살아가고 존재하는 근거이기 때문에 문자와 책이 소멸한다면 적어도 ‘인간적인 인간’은 종말을 맞는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책은 ‘인간의 희망’이요, ‘오래된 미래’인 것이다.
 
지금 변모하는 책의 다양한 모습을 분류하자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기존의 ‘재래식 책’, 책의 물질성을 새롭게 드러내 보여주는 ‘새로운 책’, 그리고 전자책으로 불리는 ‘e-book’이다.

‘출판과 책의 르네상스시대’는 바로 이 e-book과 ‘새로운 책’에 달려있다. ‘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속도주의에 동참하고, 속도를 가치척도로 하는 미디어와 연계해 책의 기능과 의미를 확대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 점에서는 e-book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e-book의 활용과 함께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책의 고유기능과 본래적 의미를 보존하려는 다양하고도 지속적인 노력이다. 바로 ‘새로운 책’이 필요한 이유이다.

‘뉴미디어’에 ‘혼’을, ‘정신’을 불어넣는 작업은 지난한 일이지만 ‘새로운 책’의 탄생을 위해 끊임없이 계속돼야 한다. 인류가 멸망하는 마지막날까지 마지막으로 곁에 있는 것은 분명 책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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