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 논술 에세이]<1>
글도 많이 쓰고, 많이 고쳐본 강사가 제대로 지도할 수 있어
글도 많이 쓰고, 많이 고쳐본 강사가 제대로 지도할 수 있어
다음은 학생을 잘 지도하는 강사다. 많은 앎을 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제대로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사람이다. 교수법은 강사의 경험과 학생의 성향에 크게 영향 받는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특정 지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생각할 점은 있다. 대학입시 논술은 다양한 제시문을 논리적으로 분석, 추론하는 과정이다. 또 이를 글로 설득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사에게는 논리성과 유추력, 통합력 등이 생존력인 셈이다.
좋은 글과 그렇지 않은 글을 볼 수 있는 눈도 필수다. 글을 고쳐줄 능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글은 모든 사람이 바로잡을 수 있다. 하지만 수정 글의 수준도 다양한 게 현실이다.
논술강사는 이 부분에서 적극적이어야 한다. 첨삭 때 논리성 결여, 근거 부족 등의 지적에 이어 대안을 제시하는 게 바람직하다. 문장을 구체적으로 바꿔 논리성 있게 재구성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 모습이 최고를 지향하는 논술강사일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세밀하게 지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는 많은 학생을 상대로 한 강의가 큰 원인일 것이다. 또 글을 고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은 성격도 생각할 수 있다. 필자의 경험상 한 번에 10명이 넘어서는 교육이라면 첨삭지도에 한계가 있다. 한 명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다.
또한 글도 쓰고 고쳐본 사람이 쉽게 고친다. 논리적인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신문기자 출신이 유리한 부분이다. 특히 기자들의 글을 고치고 방향제시를 하는 데스크(부장)였다면 좋은 지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 글을 수정해본 만큼 고칠 글도 보이는 게 당연하다.
필자는 10여 년에 걸쳐 기자, 각계 전문가, 학생의 글을 10만 편 가깝게 다듬었다. 필자가 생각하는 논술강사가 갖춰야 할 조건이다. 첫째, 제시문을 독해할 수 있는 분석력이다. 둘째, 제시문을 살려 배경설명을 할 수 있는 다방면의 지식이다. 셋째, 논리성 부족, 부적절한 사례의 단순한 지적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글을 고칠 수 있는 첨삭력이다.
세 가지에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하면 좋은 게 예시답안 제시다. 다른 학생이 쓴 모범답안도 좋지만 강사가 직접 쓴 것을 보여주면 더 좋다. 100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 논술 풀이를 100번 설명하는 것 보다 직접 쓴 답안 한 번 보여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코끼리를 오랜 시간 설명하는 것보다 코끼리 사진 한 장 보여주는 게 이해가 빠르다. 가장 뛰어난 논술강사의 조건을 하나만 들으라면 어떻게 대답할까. 필자는 '자신이 쓴 답안을 보여주며 지도하는 강사'라고 말하고 싶다.
<글 = 이상주(신우성학원 논술-에세이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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