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희 敎育칼럼과 이제무 書藝 <14> ‘표범스타일’ 고산경행(高山景行)
노익희 敎育칼럼과 이제무 書藝 <14> ‘표범스타일’ 고산경행(高山景行)
  • 독서신문
  • 승인 2012.09.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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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아이콘으로 자리잡는 이 때 한번 쯤 우리 스타일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어린 표범은 자라면서 어느 순간 짙고 기름진 무늬로 변한다. 눈부신 그 변화를 빗대어 주역에도 ‘군자표변’이라고 ‘군자도 표범처럼 변한다’고 하였다. 부스스하고 얼룩덜룩하던 털이 내면이 충실해지면 어느 순간 빛나는 무늬로 바뀌는 것처럼, 사람도 부지런히 공부해서 지식을 차곡 차곡 쌓으면 어느 때 반짝이는 지혜를 갖추게 된다.
반면에 공부를 내팽개치고 잔머리만 쓰면서 공명에만 눈이 어두워 여기 저기 기웃거리게 되면 문채는 갖추어지지 않고 그저 지저분한 개털만 남게 되는 것이다. 가끔 개털만 지니고 있는 지도자들이나 공명에 눈이 어두워 기웃거리는 사람들을 볼 때면 참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다. 약속을 밥 먹듯이 어기면서도 그런 이들이 대중 앞에 서서 연설하고 발표하는 꼴은 참으로 가소롭다.
 
이런 사람들에게 지표가 될 만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한다. 소론의 지도자였던 윤증(1629~1714)이 게으른 선비에게 준 시에 “열심히 공부하려면 조용해야 하는 법, 남산의 안개 속 표범을 보면 알 수 있네. 그대 집에 천 권의 책이 있건만 어이해 상머리에서 바둑이나 두는 것인가?” 하루 동안 책을 읽으면 백일을 얻을 수 있는데 공부를 외면하고 잡기로 세월을 낭비하는 것을 나무란 것이다.
명예 없이 재산만 불렸던 한나라의 도답자란 사람의 아내는 부의 축적에만 혈안이 된 남편에게 그러지 말라고 충고하였지만 듣지 않았다. 소를 잡고 축제를 하던 남편과 시어머니가 있는 자리에서 아이를 안고 울면서 그의 아내는 “남산의 검은 표범은 안개비가 7일간 내려도 먹이를 찾아 산을 내려오지 않는다 합니다. 그 털을 기름지게 해서 무늬를 이루기 위해 숨어서 해를 멀리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개나 돼지를 보십시오. 주는 대로 받아먹으며 제 몸을 살찌우지만 앉아서 잡아먹히기를 기다릴 뿐입니다. 나라가 가난한데 집은 부유하니 이것은 재앙의 시작일 뿐입니다. 저는 어린 아들과 함께 떠나렵니다” 하고 집을 떠났고, 그 후 도답자는 도둑질한 죄로 죽임을 당하였다고 한다.
 
벌써 하늘이 공활하고, 눈이 부시게 맑고 아름다운 가을이 왔다. 우리는 ‘표범스타일’을 한 군자를 기다린다. 대통령 후보들은 저마다 새로운 정치를 앞세우며 광복 이후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오늘에 이른 우리 나라를 국민통합과 함께 진정한 자유와 민주주의를 만들겠다고 외치고 있다. 현명한 선택을 하려면 개털을 가진 지도자는 곧 제 몸을 살찌우는 짐승과 진배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언론도 대선 뿐 아니라 단체장이나 지역의 지도자들이 개털을 지니고 표범처럼 행동하는 이들이 있는지 바라 보고 국민들이 바로볼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만간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할 지도 모를 텐데 우리의 정치와 경제민주화는 아직도 멀었으니 말이다. 시경(詩經)에 나오는 ‘高山景行(고산경행)’이라는 문구는 세상이 어수선했던 춘추시대에 퍼진 민요라고 한다. ‘사람이 우러러보는 산과 사람이 걸어가는 큰 길’이라는 뜻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이 높은 산, 큰 길처럼 광명정대한 도덕성을 갖추기를 염원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시대를 넘어 지도자의 덕목은 바로 때를 기다리고 준비하는 그런 ‘표범스타일’이 아니었을까 한다.

 / 노익희 <참교육신문>, <한국교육복지신문> 발행인

 ■칼럼니스트 노익희
·1961년 서울 출생
·한림대 경제학과
·목원대 대학원 언론학 석사 
·<참교육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한국언론사협회 공동회장
·제3회 대한민국나눔대상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상 수상(2009년)
 
■서예가 우현(友玄) 이재무
·1962년 경기 남양주 출생
·건국대 졸업, 경기대 예술학 석사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전)
·경기대 외래교수(현)
·(사)서울미술협회 부위원장(현)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경인미술대전 대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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