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자의 서막
초심자의 서막
  • 천상국
  • 승인 2007.08.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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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국

자기 생각, 감정을 표현 하는 방법에는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 지면을 통해 글을 써보는 것이 가장 인간적이며, 솔직 담백한 내면 깊숙한 모습을 무언의 대화 속에 살가운 모습으로 나타 낼 수 있어 더욱더 정감이 간다.  

신 내림을 거부 하는 이 의 처절한 몸부림과 애잔한 눈물 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에는 마지못해 순응 하는 모습처럼  하얀 종이위에 남기고 싶은 욕망 또한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었다. 풍부한 글감 부족과 논리의 빈약 에도 하고 싶은 강한 신념 앞에 조용히 펜 을 들었다. 단순히 쓰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고 글다운 글을 모아서 누구나 쉽게 공감 할 수 있는 줄거리(이야기)의 길을 조성 한다는 것이 자갈길 보다 더 험난한 바위길 인데도 나에게는 선택의 폭이 좁았다.  하물며 식솔을 거느리고 생업에 두 손 묶여 있는 마당에 호사스러운 헛된 상념에 빠져 반 미치갱이 라는 핀잔을 들을 지언정 병적인 몰입 없이는 참다운 내면의 소리를 가까이 할 수 없었다.

이어지는 맥(흐름)이 생업 이라는 환경 여건에 밀려 난도질 할 때가 가장 속상 했으며, 불혹을 넘어 천명의 나이 문턱에 있는 두뇌가 오래 동안 흐름 보존을 수용 거부 한 것이 두 번째 아픔 이다.  생각 끝에 고안 한 것이 포터블 메모장 이다. 항시 호주머니에 부착 하면서 수시로 생각 날 때마다 메모 하는 일명 토막글 이다. 깊은 고민 없이 막연히 떠오르는 글귀를 적어보니 상쾌한 흐름은 애시당초 기대 하지 않는다.  한가로운 시간에 두서없이, 나 홀로 움직이는 글귀를 조각조각 모아서 리모델링 하는 것이 초심자인 나 에게는 크나큰 짐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나이를 서류상의 흔적으로 평가절하 해버리고 맥 을 이어갈려는 소박한 소망이 아직까지도 존재 한다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보이기 위한 글은 나에게는 의미 없는 허송세월 이며, 버림받아 죽어가는 자의 역겹고, 씁쓸한 더러운 소리 쯤 으로 생각한다. 

선무당이 장구 탓 한다는 속담이 있다. 어떠한 이야기도 구차한 변명에 불과 하며, 글쟁이다운 사고는 아니라 생각한다. 내 주위에 모든 것이 글감 이며 글 이 곧 나의 생활 이라는 명제로 운명 을 같이 할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두 손 들어 그 길을 선택 할 것입니다.

업과 취미는 탄생부터가 상이 합니다. 취미는 우연 이고 업은 필연입니다. 우연의 취미생활로 시작 하여 필연의 업으로 마감 하는 이 가 있는 반면 영원히 우연으로 흐지부지 끝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글 을 취미로 생각 하지 않습니다. 항시 업으로 존경 합니다. 그것이 나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만일 업 을 우연 이라 생각 하며 지내는 사람은 거지인생 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대어를 낚기 위해 많은 입질을 요구 하는 강태공의 심정처럼 단지 고귀한 펜을 언제 들어야 하는가. 노심초사 하고 있을 뿐입니다.  글쓴이는 글이 제 자리에 놓여 지도록 심사숙고  해야 합니다. 

강아지를 사랑 한다는 추악 스러운 위선 앞에 초심을 헌신짝 버리듯이 세월의 중압감에 무릎을 조아리고 주인 잃은 강아지는 마지막 인사라도 하고 싶어 주인을 찾아보지만 짖어대는 강아지는 결국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버린 좀생이를 만나지 못하고 끈 떨어진 연처럼 어두운 대지를 헤매고 있습니다. 어둠의 자식들이 벌려 놓은 잔칫상은 아직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들만의 초라한 잔칫상을 우리 모두는 외면 할 수가 없습니다.

화려한 멋을 내는 사람 보다 곰삭은 맛을 내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여기저기서 보여 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초심자의 서막을 부끄러운 마음으로 열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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