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익희 敎育칼럼과 이재무 書藝 <12>‘소이부답(笑而不答)’… 왜 사냐건 웃지요!
노익희 敎育칼럼과 이재무 書藝 <12>‘소이부답(笑而不答)’… 왜 사냐건 웃지요!
  • 독서신문
  • 승인 2012.08.3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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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강력한 태풍 볼라벤이 오고 나서야 창문에 테이프도 붙이고 신문도 붙이는 등 부산을 떨었다. 안전불감증에 걸려 있는 우리들에게 경종이라도 울리는 듯 여기저기에서 이유 없는 사고와 사건들이 많이도 일어나고 있는 요즘, 볼라벤은 ‘더욱 강력한 게 여기 있다’는듯 무서운 속도로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태풍의 영향으로 장대 같은 비가 하늘에서 쏟아지던 그날은 평생을 교단에서 보내고 교직생활을 마치는 선생님들의 퇴임식이 대부분 열리는 날이었다. 전광석화와 같은 세월을 뒤로 하고 정년을 맞는 선생님들을 위로하듯 ‘괜찮다’며 어깨와 머리를 적셔주는 느낌을 지니고 행사장에 있을 당사자들의 심정을 헤아려보니, 아마도 자연을 노래하고 세상 사는 요령을 알려준 이백의 ‘소이부답(笑而不答)’이 적당할 듯 싶다.
남이 나를 욕하고 달려들더라도 구차한 변명이나 소소한 대응을 하지 말라는 교훈을 지니고 교육현장에서 꿋끗하게 지내왔을 교육자들의 노고에 대해 존경과 신뢰 그리고 한없는 사랑을 보내드린다. ‘문여하사서벽산 소이부답심자한(問余何事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이백의 시 「산중문답」의 한 구절은 시인 김상용의 「남으로 창을 내겠소」란 시에도 등장한다. ‘왜 사냐건 웃지요’. 이백이나 김상용 모두 자연의 삶을 노래하고 있지만 한 켠으로는 ‘참고 기다리면 저절로 풀리는 일을 일일이 변명하다 되레 꼬이게 할 수도 있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애써서 변명하고 해명하더라도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더 큰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 때로는 불리해 답을 피한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고 상대방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웃는 얼굴이 상대를 더욱 화나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더러는 상대가 칼을 갈고 덤빌 때 말없이 웃고만 있다가 낭패를 당하는 일도 생긴다. 도대체 알 수 없는 세상사에 정답이 없듯 소이부답도 처세에 만능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교육계에 평생을 몸담았던 교육자들이야말로 ‘소이부답’을 가장 가까이에서 실천하는 집단군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다.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성과 창의력을 키워온 그들이 대부분 스스로 실천하고 있던 ‘소이부답’의 정신은 일희일비 하지 않고 초심의 정도를 굳건히 지키는 대인들의 기본정신이 될 수 있다. 중국 이백 시인의 심사는 우리나라 김상용 시인의 심사와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전문

 
전원생활을 표현하면서 달관한 경지의 인생관을 간접적으로 표출한 이 시는 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남(南)’이라는 방위가 주는 밝고 건강한 이미지와 함께 잘 나타나 있다. 8월 28일 퇴직한 울산명지초의 이선옥 교장도 같은 심정으로 책을 출간했다. 『가벼운 걸음으로 산책 떠나기』라는 수필집에서 이 교장은 “자연으로 돌아가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며 정년에 대한 감회를 표현했다.

김상용 시인의 ‘왜 사냐건 웃지요’라는 부분은 자연과 동화되고자 하는 마음과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가치관일 것이다. 따라서 여유 없는 삶과 현대 사회의 폐해 그리고 안전불감증에 걸린 우리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체념이 아닌 관조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고난을 이기는 지혜는 바로 자기만족의 경지일 수 있으니 말이다.
 
 / 노익희 <참교육신문>, <한국교육복지신문> 발행인

■칼럼니스트 노익희
·1961년 서울 출생
·한림대 경제학과
·목원대 대학원 언론학 석사 
·<참교육신문> 발행인 겸 편집인
·한국언론사협회 공동회장
·제3회 대한민국나눔대상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상 수상(2009년)
 
■서예가 우현(友玄) 이재무
·1962년 경기 남양주 출생
·건국대 졸업, 경기대 예술학 석사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전)
·경기대 외래교수(현)
·(사)서울미술협회 부위원장(현)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경인미술대전 대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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