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노트
히로시마 노트
  • 독서신문
  • 승인 2012.08.27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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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일본의 양심'으로 통한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르포르타주 『오키나와 노트』와 『히로시마 노트』가 번역, 출간됐다.
 
'오에 겐자부로의 평화 공감 르포'라는 부제를 단 이 책들은 오에가 군사기지의 섬 오키나와, 원자폭탄이 투하된 히로시마를 관찰하고 기록한 내용을 담았다.
 
오키나와는 산호바다와 야자수, 맹그로브 숲으로 유명한 남국의 휴양지이다. 전통음악 '시마우타(島歌);와 아무로 나미에를 비롯한 '오키나와 팝'이 유명하다. 그러가하면 동중국해와 북태평양을 가르는 이곳은 지정학적으로 중국대륙을 향해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는 미국 태평양함대의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오에는 오키나와 전투 당시 주민에게 옥쇄를 강요한 일본제국의 잔인함과 본토 일본인에게 차별받고 주둔한 미군병사로부터 피해를 받은 오키나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이를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 문제를 되짚는다.
 
이 책이 오키나와 전투 당시의 집단자결을 다뤘다는 이유로 2005년 일본 우익은 출판사 이와나미서점과 오에를 법원에 제소했다. 이로 인해 오키나와 전투의 집단사에 대한 일본군 관여 여부의 해묵은 쟁점이 타오르기도 했다. 기나긴 재판 끝에 지난해 4월 대법원은 결국 오에의 손을 들어 줬다.
 
오늘날 아시아의 평화 도시로 유명한 히로시마는 일본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아픔'의 진원지다. 1945년 8월 투하된 원자폭탄으로 수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고 살아남은 피폭자들은 죽음의 공포와 비극을 대를 물리고 있다.
 
오에는 1963년 여름 월간 '세카이(世界)'의 의뢰로 '제9회 원수폭금지 세계대회'를 취재하기 위해 처음 히로시마를 방문했다. 첫아들이 빈사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는 개인적인 고통 속에서 떠난 여행이다.
 
오에는 현지에서 여전히 죽어가는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과 인간으로서의 위엄을 잃지 않고 있는 히로시마 사람들을 목격한다. 20년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일본은 원폭을 어디에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고 분노하며 고뇌한다.
 
이 책은 '평화사상을 바탕에 두고 현대라는 시대와 대결하는 고발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현지 미디어의 평가를 받으며 100만 부가 팔려 나갔다.
 
오에는 "다행히 인류가 핵무기 공격을 다시 체험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때도 역시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최악의 나날 속에서 살아남은 히로시마 사람들의 지혜는 기억에 분명히 새겨 두어야 할 것"이라며 "지금도 핵무기를 만들어 낸 인간의 악보다 피폭자를 구조하는 인간의 선이 더 우세한 지위에 섰다고 믿을 만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 히로시마 노트
오에 겐자부로 지음 | 이애숙 옮김 | 삼천리 펴냄 | 202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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