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 간섭 지나치다
교육·문화 간섭 지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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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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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재홍 (본지 발행인 겸 편집인)

  최근 청와대 및 정치권의 교육·문화계에 대한 간섭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시의 핵심인 통합교과형 논술이 어떤 것인지 미리 수험생에게 알려주기 위해 논술 예시 문제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발표에 앞서 교육인적자원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개입해 '본고사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서울대는 당초 7일 논술 예시 문항을 발표하려다 교육부의 연기 요청을 받아들여 28일로 발표를 미룬 상태다. 이와 관련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지난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논술고사 예시 문항을 교육부에 전달했는데 교육부가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다고 한다'며 '청와대가 일부 문제에 대해 본고사 가능성을 제기한 모양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청와대가 서울대 예시 문항에 대해 본고사 가능성을 제기한 적은 없다'며 '청와대에 서울대의 논술 예시 문제 발표와 연기 요청 등 그동안의 경과를 보고했을 뿐이며, 청와대가 사전에 개입하거나 문제 삼은 일은 없다'고 반박했다.

 대신 교육부는 서울대의 일부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의견을 서울대 측이 문제를 수정하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청와대나 주무부처의 언급하나하나가 미칠 파장이다.

 아무리 주무부처에서 문제 삼은 적이 없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저울대 입장에서는 당연히 부담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대학의 교육은 대학 자율에 맡겨 그것을 대학 스스로 결정하게 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점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학교폭력 대책의 하나로 '교복차림 폭력영화'를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친구'나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교복 입은 학생들이 폭력집단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나 만화가 청소년들의 모방범죄를 불러일으킨다는 이유 때문이란다.

 물론 학생들을 소재로 한 폭력영화가 청소년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개연성을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폭력은 학교교육에서 해결책을 찾아야하는 것이 원칙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창작물을 규제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궁금하다.

 비판여론이 비등해지자 '창작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수정했지만 어디까지 창작의 자유이며, 그 기준은 누가 매기느냐의 문제 또한 간단치 않다. 아무런 고민 없이 즉흥적으로 나온 발상을 정책이라고 발표하는 당정의 모습에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다. 지금은 진지한 고민과 진정한 대책이 필요할 때다.

독서신문 1393호 [200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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