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그저께
안녕, 그저께
  • 권구현 기자
  • 승인 2007.08.0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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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과 함께 떠나보내는 어린 시절
▲ 안녕 그저께     © 독서신문
사람은 누구나 약간의 향수 속에 젖어서 산다. 기억이라는 것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선사한 가장 큰 선물이자 재앙인 것이라고 했던가. 어떤 기억을 떠올리느냐에 따라서 사람은 행복해지기도, 또는 슬퍼하기도 한다.

우리가 어렸던 시절, 이제는 그 모든 것을 기억하기엔 너무나도 오래된 빛바랜 추억거리들을 뒤적거려 보면 지금은 너무도 하찮고 별 일이 아니었는데, 그 당시에는 왜 그리 소중하고 가슴 아프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소중히 다루던 장난감이 부러졌을 때나, 학교 앞에서 샀던 작은 병아리가 며칠 후 죽어버렸을 때, 우리는 그렁그렁한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조금씩 자라났던 것 같다.

2006년에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이토 타카미의 또 다른 작품인 『안녕, 그저께』는 눈물과 함께 성장해 나가는 아이들을 그리고 있다.

프로 레슬링과 k-1을 좋아하고 야구와 축구를 잘하고 툭하면 주먹이 먼저 나가는 미카는, 열두살 소년 유스케의 쌍둥이 누이다. 여자 취급받는 걸 가장 싫어하는 미카는 가슴이 점점 커지고 한 달에 한 번 생리를 해야 하는 신체의 변화를 받아들이기가 힘들고, 유스케는 여성의 몸매를 갖추기 시작하는 미카를 불안하게 지켜본다.

어느 날 우연히 아파트 단지에서 발견한 희귀 동물에게, 미카는 그저께 발견 했기에 ‘그저께’란 이름을 붙여준다. 그리고 유스케와 함께 베란다 밑에서 몰래 그저께를 키우기 시작한다. 한편 미카를 짝사랑하는 유스케의 친구 코지와 유스케를 좋아하는 안도의 고백으로, 둘은 전에 없던 묘한 감정을 느낀다.

작품에서의 그저께는 그 종(種)이 모호한 동물이다. 무얼 먹고 사는지 조차 몰랐던 유스케는 어느 날 진심으로 흘린 자신의 눈물에 반응하는 그저께를 발견한다. 그저께는 눈물을 먹고 산다. 아이들이 흘린 눈물, 성장해 가면서 느끼는 아픔이 담긴 눈물을 먹으며 조금씩 조금씩 자라나간다. 그렇게 커버린 그저께는 이제는 더 이상 숨어있을 수 없는 크기까지 자라버린다. 어느 날 그저께는 슬쩍 사라져 버린다.

그저께의 실종은 아이들의 성장과도 같다. 아이들 또한 눈물을 먹고 자란다. 자라나면서 겪
는 이름 모를 수많은 시련들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조금씩 커간다. 그렇게 커가다 보면 서서히 자신의 어린 시절이 떠나가 버린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던 그저께처럼 말이다. 앞으로 다가올 모레를 기다리며 그저께는 손에 잡히지 않는 곳으로 떠나간다.

책의 제목인 ‘안녕 그저께’에서 ‘안녕’은 두가지의 의미로 해석된다. 헤어질 때의 인사와 서로 만났을 때의 인사. 그저께는 떠나보내면서 ‘안녕’ 이지만 모레는 서로 만나면서 ‘안녕’ 이다. 손에 닿을듯한 과거, 후회가 되는 과거인 ‘어저께’가 아니라 아련한 추억의 ‘그저께’이다. 손에 닿을듯한 미래, 걱정이 되는 미래인 ‘내일’ 이 아닌 언젠가 다가올 ‘모레’를 기다리는 아이들.

내일이 오면 그저께는 사라져버린다는 말처럼 우리의 사라져버린 과거,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게끔 하는 어른들에겐 기분 좋은 그저께를, 아이들에겐 기분 좋은 미래를 떠올릴 수 있는 환한 미소와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안녕, 그저께
이토 타카미 지음 / 강라현 옮김 / 달리 출판사 펴냄 / 184쪽 / 9,500원
 
[독서신문 권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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