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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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서신문
  • 승인 2007.08.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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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 의료 혜택, 가진 자들의 특권인가?
▲ 로빈 쿡의 신작 '위기'     © 독서신문
대리모와 유전공학을 통해 탄생한 천재적 지능의 복제인간을 다룬 『돌연변이』, 치사율 99퍼센트의 급성 전염 바이러스를 다룬 『바이러스』, 난자 매매와 배아 복제를 다룬 『복제인간』 등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의학소설의 거장 로빈 쿡이 신작을 발표 했다.

의학소설을 생각하면 당연지사 떠오르는 작가이자, 본격 의학추리소설을 개척한 장본인. 그리고 그 위치를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독보적으로 지키고 있는 로빈 쿡은 자신의 26번째인 이번 작품에서 의료 과오 소송을 소재로 신성한 직업으로써 인류에 대한 애정과 헌신보다는 전문인으로서의 선민의식이 앞서는 의사들에 대한 비판, 의사로서의 인간적 자질보다는 경쟁의식을 부추기는 의학교육의 문제점, 의료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어가는 현 의료 제도에 대한 고발 등을 담아내고 있다.

『위기』는 미국 의료계의 중심지 보스턴에서 울리는 한 통의 전화로 시작 된다. 건강염려증 ‘문제 환자’ 페이션스 스탠호프가 전담 의사 크레이그를 호출한다. 보나 마나, 그의 인내심을 자극하며 왕진을 요청할 것이지만, 당황스럽게도 이번 호출은 긴급 상황이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숨조차 쉬지 못하는 페이션스는 결국 심장마비로 급사한다.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크레이그는 응급 상황에서 부적절하게 대응으로 환자를 사망하게 했다는 의료 소송에 휘말린다. 나아가 별거 중인 아내를 멀리하고 병원의 비서와 사귀고 있다는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헌신적이고 능력 있는 의사에서 자격 미달의 파렴치한으로 내몰린다.

이러한 상황 앞에 법의관이란 ‘죽은 자를 대신하여 말하는 자’라고 믿는 뉴욕 법의국의 잭은 크레이그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땅속에 묻힌 사체의 부검을 시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잭의 노력을 비웃으며 부검을 저지하기 위해 시시각각 가해지는 위협들, 그에 맞서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세력들의 암투가 치열하게 펼쳐진다.

이번 작품의 소재가 되고 있는 것은 요사이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전담 진료(concierge medicine)’라는 의료 형태다. 의료의 질 저하에 따른 환자 측의 불만과 경제적 안정을 추구하는 의사 측의 요구가 맞물려 생겨난 전담 진료는 일반인으로써는 꿈꿀 수 없는 비용이 필요하다. 미국의 일부 부유층에게만 부여되는 특권인 ‘전담진료’는 모두가 평등하게 받아야 하는 의료 혜택이 빈부의 격차에 따라 양극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위기』는 전담 진료 의사인 주인공 크레이그를 통해 지금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의료의 공공성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인종과 성별, 사회적 지위, 경제적 수준을 불문하고 인간은 누구나 평등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 의사는 높은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 아픈 이들 모두를 돌보아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환자가 이윤 추구나 연구의 대상으로 전락한 오늘의 상황이 어쩌면 경쟁 일변도의 의학교육에서부터 태생적으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묻는다.

1년에 한번 씩은 의사의 자질에 대한 논란이 야기 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다. 내시경 검사를 핑계 삼아 마취된 여성 환자를 성폭행 하는 등의 개인 도덕적인 문제부터, 당장의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자신들의 손익을 따져가며 의료 행위를 중단하는 연세 의료원 사태까지, 우리는 과연 누구의 손에 우리의 목숨을 맡길 수 있을 것인지가 의문이다.

의사란 신이 내린 직업이라고 했다. 인류가 겪어온 세월 동안 의사란 만인의 존경을 받는 직업이었다. 로빈 쿡이 이야기 하고 있는 의료의 현실, 물론 작품 안에 내제 되어있는 스릴 넘치는 스토리에 의해 그 무게가 반감될 수도 있겠지만, 그가 이야기 하는 모두가 평등하게 의료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주장이기에 우리의 현실이 씁쓸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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