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택 원장

남성에게 있어 가장 수치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무능력, 그 중에서도 성적인 무능력일 것이다. 실제로 성적인 장애가 남성에게 끼치는 영향은 자손 생산의 여부뿐 아니라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에까지 미친다. 남성의 성과 관련된 장애는 발기부전과 조루증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발기부전은 아예 장애로 인지될 수 있어 치료에도 비교적 적극적이지만 조루증은 아예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보니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거나 일회성 노력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보조적인 수단없이 사정조절을 원하지만 영구적인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아서 망설이는 경우 또한 적지 않다. 최근 한의학적인 치료원칙과 방법으로 조루 치료에 성과를 내고 있는 한방의 조루 해결 방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결혼이라는 제도 없이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무한 경쟁이 이뤄지던 시대에 있어 빠른 사정은 강점이었을지 몰라도 성관계에서 이성과의 소통과 교감이 중요시 되면서 조루는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대한남성과학회가 환자 76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루를 앓고 있는 남성의 이혼율은 5.7%로 조루증세가 없는 남성의 이혼율 2.7%, 조루가 의심되는 남성의 이혼율 3.3?%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루증치료제를 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사가 한국인 45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루증이 있다면 이성관계를 시작할 때 주저하게 될 것이라는 답변이 남녀 통틀어 84.4%에 달했으며, 여성은 82.7%, 남성은 85.2%가 '그렇다'고 답해 남성이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또, 같은 조사 결과에서 조루가 과소평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답한 이가 83%, 조루증이 유머의 소재로 쓰이는 것이 보기 좋지 않다고 답한 경우가 82%에 달했다. 그만큼 조루증은 현대 사회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의학이 주목받는 이유는 조루를 원인별로 분석해서 치료하는데다 성감을 잃는 부작용이 거의 없고 회복 후 약물 등에 의존하지 않는 반영구적 사정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의학에서는 수술이나 경구제 복용 등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자는 성감을 잃게 되고, 후자는 모든 경우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예를 들어 국소 감각신경차단술은 성감은 떨어지지만, 전립선과 사정관이 과민하거나 대뇌변연계의 중추성 흥분이 심한 경우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한의학에서는 특히 현대의학에서 접근이 쉽지 않은 심인성 조루의 치료에 강점을 갖는다. 조루를 크게 보면 중추성(뇌의 사정조절중추의 과민)과 말초성(생식기 자극과민)으로 나눌 수 있는데 중추성의 경우 한의학적으로는 뇌에서 관여하는 흥분(火)과 진정(水)이라는 두 기운의 편차가 지나쳐서 균형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을 한다.
 
치료 또한 항진된 흥분 반응(心火)을 진정시켜 자극에 대한 감수성을 낮출 수 있도록 수(腎水)의 기운을 보충해 주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이밖에도 원인별로 다른 치료방법이 적용되는데, 예를 들어 성기과민에 의한 말초성 조루는 한방에서는 '간경습열(肝經濕熱)'을 그 원인으로 본다. 전립선염과 같은 비뇨기 질환 이후에 2차적으로 발생하거나 요도점막이나 사정관의 알레르기성 과민반응이 대부분이므로 이에 맞는 처방이 따로 이뤄진다. 예민해진 피부 표면이 아니라 예민해진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다. 사정조절을 위한 성행동 교정치료와 전기침치료 등이 병행되기도 한다.
 
조루증을 치료할 때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 꾸준한 끈기가 중요하다. 원인을 치료하는 방법은 사정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과민요인을 제거하고 사정조절에 필요한 기술적 행동교정 과정을 병행하여 치료하기 때문에 치료기간이 다소 소요되기는 하지만 치료 이후에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 만족스러운 사정조절능력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 : 이정택 후후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