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公約)과 공약(空約), 그리고 민의(民意)
공약(公約)과 공약(空約), 그리고 민의(民意)
  • 조석남
  • 승인 2012.07.30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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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독서신문 = 조석남 편집국장] 어느 날 주나라 문왕(文王)이 그의 스승 태공에게 물었다. “천하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태공이 대답했다. “땅에는 자연에서 얻은 온갖 재물이 있습니다. 이것들을 사심 없이 만백성들과 함께 나누어 쓰려는 마음이 바로 인(仁)입니다. 천하는 결국 인(仁)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위급함에 처한 사람을 위기에서 건져주는 것을 가리켜 덕(德)이라고 합니다. 천하는 결국 덕(德)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헤아려 더불어 함께 좋아하는 것을 가리켜 의(義)라고 합니다. 천하는 결국 의(義)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태공의 말에 문왕이 다시 물었다. “그것을 한마디로 쉽게 말해 주시오.” 태공이 곧바로 대답했다. “천하는 천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만백성들의 것입니다.” 태공의 말에 문왕(文王)이 감복했다고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쏟아내고 있는 대선 공약을 보면 과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국민을 위하는 게 진정 무엇인지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여야 할 것 없이 국민들의 환심을 사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과연 실현이 가능할까?’ 싶은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올 12월 대통령 선거를 관통하는 최대 화두는 ‘경제 민주화’다. 대권 가도에 들어선 대선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경제 민주화’를 입에 담는다.
하지만 이처럼 떠들썩한 ‘경제 민주화’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상당수 유권자들이 헷갈리고 있다면 문제는 다르다. 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잡기 위해 여야가 각기 ‘한 클릭’씩 중간으로 이동하면서, 아니 오히려 확보돼 있는 ‘집토끼’ 대신 상대 진영의 ‘산토끼’를 잡기 위해 정체성을 알 수 없는 공약까지 난무한다.
‘재벌 해체’를 ‘경제 민주화’의 핵심에 넣는 진영이 있는 반면, ‘재벌 해체는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절대 반대를 주장하는 진영도 ‘경제 민주화’를 외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는 것은 일종의 ‘범죄’ 행위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길 차기 지도자를 선택하는 대선에서의 ‘공약(空約)’은 국민에 대한 ‘범죄’이다. 하물며 실현 불가능한 줄 알면서도 의도적으로 매표(買票)를 위해, 국민들을 현혹시키기 위해 ‘공약’을 내건다면 ‘대국민 사기죄’에 해당한다. 
 
최근 시청률 고공행진 끝에 막을 내린 드라마 <추적자>는 우리 사회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재벌과 정치인, 그리고 소시민의 삶이 얽히고설켜 부딪히는 이야기 구조는 우리 사회의 현상과 맞물리면서 큰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서민들이라면 부당하고 잔혹한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에 맞서 고군분투한 주인공 백홍석(손현주)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숱한 명대사들 가운데 압권은 서 회장(박근형)이 대선에 출마하는 사위 강동윤(김상중)을 가리켜 한 말이었다. 이 대사는 특정 계층이 아닌 모든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오그룹 사위가 정치 한다고 하는데 이 나라 국민들이 그걸 진짜 믿고 있다고 생각하나? 동윤 공약을 함 보래이. 집 가지고 있는 놈 집값 올려준다카지, 땅 있는 놈 땅값 올려준다카지, 월급쟁이들한테 봉급 올려준다하제? 다 즈그들한테 이익이 되니까 지지하는기다. 그런데 집값 올려준다캐서 지지한다고 하면 지가 부끄러운기라. 그래서 개혁의 기수다 뭐다 해서 지지한다고 하는기다. 국민들은 자길 속이고 있는기라.”
직설적인 이 대사는 아마도 시청자들에게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게 하지 않았나 싶다.
 
정치권은, 대선 후보들은 지키지 못할 공약(空約)으로 국민을 현혹해 권력을 얻으려 하지 말고,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야 한다. 주나라의 문왕(文王)처럼 천하를 얻으려 하기보다 ‘천하는 만백성에게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국민들로부터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유권자들 역시 각성이 필요하다. 눈을 크게 뜨고 ‘공약(公約)’과 ‘공약(空約)’을 가려내야 한다.
유권자가 자기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무엇을 얻는 대신 무엇을 잃었는지 냉철히 돌아봐야 한다. 개인의 작은 이익 대신 우리가 추구해야 할 더 큰 사회 가치를 잃지는 않았는지….
‘공약(空約)’이 ‘공약(公約)’을 밀어내는, 즉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데 일조를 하는 어리석은 일은 피해야 한다. 그것이 ‘만백성’에게 준 ‘천하’를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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