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36>‘간재’ 전우와 3천 제자
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36>‘간재’ 전우와 3천 제자
  • 독서신문
  • 승인 2012.07.3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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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전우(田愚·1841∼1922년)는 조선 최후의 성리학자다. 국운이 기운 조선, 나라의 힘을 다시 모으려던 대한제국, 일제에게 나라가 송두리째 넘어간 시대를 산 불운아 전우는 희망을 제자에게서 보았다. 그의 제자는 3천명을 헤아린다. 오진영 최병심 이병은 송기면 권순명 유영선 등이다.

전주에서 태어나 14세 때 아버지를 따라 서울로 가 당시 거유인 임헌회의 가르침을 받은 그는 이이와 송시열의 사상을 계승했다. 그는 전통 유학사상을 그대로 실현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추종하는 학자라도 생각을 달리하는 점이 있으면 주저없이 지적했다.

큰 학자로 성장한 그에게는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그래서 문하생이 3천명에 이르렀다. 학식이 풍부한 그에게 고종황제는 선공감가감역, 사헌부장령 등 벼슬을 내린다. 하지만 그는 공부에 정진하기 위해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살던 시대는 개화와 보수, 국력쇠약 등이 겹친 혼란스런 사회였다. 그는 유교적 근본에 입각한 이상사회 건설을 후학들에게 외쳤다. 고종 황제로부터 정려를 받은 전주 이씨 이영호의 처 진씨를 기리는 글 등을 쓰면서 사람의 도리를 널리 알리고자 했다. 이런 모습은 개화파에게는 눈엣가시였다.

박영효는 ‘개화를 위해 수구학자의 우두머리인 전우를 죽여야 한다’고 고종에게 여러 차례 청을 하기도 했다. 전통 유학자인 전우는 개화와 신학문, 외세에 대해 손을 내저었다. 안중근이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을 때다.

안중근의 거사에 칭송이 대단했다. 일부에서는 그의 열린 사고를 신학문 시각으로 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우는 “안 의사를 신학문을 한 사람이라고 말하지 말라. 흉악무도한 자는 누구라도 죽일 수 있다는 게 전통 학문의 입장”이라고 했다. 안중근의 의거는 신학문이나 구학문에 관계없고, 정통 성리학적 관점에서도 의로운 행위로 당연하다는 것이다.

전우는 1905년 을사조약이 체결되자 상소를 올려 을사조약에 서명한 대신들의 처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나라가 기울어 일본에 1910년 병합되자 비분을 참지 못하고 군산과 부안 앞바다의 섬을 옮겨 다니면서 수많은 제자를 양성했다. 학문 강의를 통해 국권 회복을 할 힘을 키우기 위함이었다.

그가 섬에 간 것도 유교적 관점이었다. ‘도가 행해지지 않으면 뗏목을 타고 바다로 들어간다’는 공자의 말을 실천한 것이다. 그는 72세 때 섬과 육지에서 많은 제자 양성을 위해 계화도로 옮겨 82세에 죽을 때까지 수많은 제자를 길러냈고, 60여책의 저서를 남겼다.

그는 공부만이 국권을 찾을 희망으로 보았다. 한일합방이 되자 많은 유학자가 목숨을 끊었다. 또 1차대전 직후인 1919년에는 호서와 영남 등 전국의 유림 137명이 국제사회에 조선의 독립을 청원하는 ‘파리장서(巴里長書)’ 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전우는 목숨을 버리지도 않았고, ‘파리장서’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전우의 ‘정통 왕권(王權)의 계승만이 국권 회복’이라는 유교적 생각 때문이었다. 또 ‘파리장서’에 대해서는 “열강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이들의 간섭을 부르는 것”이라며 눈을 감았다.

그는 공부, 도학의 공부를 통해 실력을 갖추는 것이 독립의 길로 보았다. 그 생각을 『추담별집』에서 찾을 수 있다.

“국권 회복을 위해 외세와 손잡으면, 나라를 회복하기 이전에 내 몸이 먼저 오랑캐가 된다. 가치없이 목숨을 버리지 말고, 공부에 전력을 다해 도(道)로써 나라를 찾아야 한다. 눈 앞의 위기만 알고, 참된 힘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면 총칼 앞에 헛되이 목숨을 버릴 뿐이다. 차라리 몸과 마음을 닦아 학문을 열심히 하면 1년, 2년, 10년, 20년 어느 때인가는 우리의 힘으로 국권을 찾을 수 있다.”

전우는 가볍게 죽는 것보다는 공부를 통해 힘을 키울 것을 주장한 것이다.

 / 이상주(『공부 열광』, 『10대가 아프다』, 『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왕의 영혼, 조선의 비밀을 말하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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