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선인장꽃
고개 숙인 선인장꽃
  • 천상국
  • 승인 2007.08.04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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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상국
이년 전에 아버님께서 운명을 하셨다. 어머님을 여의신지 근 20년이 되는 긴 세월 이었다. 물론 세월 동안 홀로 계신 건 아니 였고 어머니로써 손색이 없으신 아주 부지런 하시고 음식 솜씨 또한 일품 이신 정숙한 여인을 맞이하여 생존 시까지 아버님을 극진히 보살핌으로 큰 어려움 없이 지내시다가 생을 마감 하신 것이다.
 
늦게나마 이 글을 통하여 서모님께 자식 된 도리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 하고 싶습니다. 고마웠습니다. 하루속히 아버님의 그늘에서 벗어나시어 남은여생을 건강 유지 하면서 편안 하게 지내시길 진심으로 소원 합니다.
 
돌아가시기 2-3년부터 나타난 치매 증상으로 아버님의 우람하신 체격은 더욱더 작게만 보이셨고 호령 하셨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고 하루 종일 말씀 없이 지내시는 모습을 뵐 때마다 가슴은 온통 눈물로 미어 졌습니다.
 
아버님 이젠 우리 형제 모두는 연대의 끈을 잃어버린, 정신적 공항 상태에서 슬픈 표정을 머그문체 각자의 자리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흔히 사랑은 내리 사랑 이라고들 하지만 어찌 부모님의 공덕을 저버리는 어리석은 자식이 있어서야 되겠습니까?
 
종교가 무엇이며 이념, 물질이 다 무엇입니까? 부모님의 그늘 밑에서 풍요로움을 만끽 하면서 성장한 우리 형제 속에 정신적 빈곤이 언제부터 독버섯처럼 기생, 안착 하였는지 가슴을 열고 서로에게 묻고 싶습니다. 각설하고, 이유 불문하고 부모님의 평소유지를 받들어 이웃하는 형제들은 더욱더 공고한 끈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희망 합니다.
 
생전에 어머님께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씀 하셨습니다. “상국아, 남에게 폐(弊) 끼치지 마라” 저는 회사생활, 대인관계에 있어 항상 이 말씀에 가까이 접근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모친의 윤리적, 도덕적 가르침이 있었다면 아버님께서는 절대로 남의 빛, 보증을 서서는 아니 된다고 누누이 강조 하셔습니다.
 
부친의 현명하신 가르침 덕택에 지금까지 재산상의 크나큰 불이익은 없었습니다. 모든 일이 부모님 은공으로 생각 합니다. 고령인데다 총기마저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쓰러져 고관절이 탈골 되어 수술을 하였지만 완치 한다는 생각에 앞서 통증만 이래도 줄여 고통에서 다소나마 벗어나길 원했던 것입니다. 얼마나 괴로워 습니까?
 
당신은 걱정 서래 바라보는 자식을 생각하시어 괜찮다 하시면서 애써 표정을 감추려는 모습에 눈물이 앞을 가리었습니다. 힘들어 하시던 아버님을 뵙고도 아무런 도움을 드리지 못한 우매한 자식들은 그냥 한없이 눈물로써 마음을 달랠 뿐입니다.
 
퇴원 무렵 아버님 거처 관계로 형제간에 의견이 분분 하였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집으로 모셨던 것은 아주 잘한 일로 기억 합니다. 날씨는 점점 더워지는데 아버님이 두발을 딛고 손수 걸으려는 기색은 좀처럼 보이질 않고 언제까지 대, 소변을 받아야 할지 자식 모두는 속내를 감추면서 형제를 의식, 불편함을 솔직히 이실직고 합니다.
 
생사 갈림길, 한 가닥 숨소리에 의지하는 아버님 머리 곁에 커다란 선인장 빨간 꽃 한 송이가 아버님을 향하여 아주 크게 활짝 피어 있었습니다. 아버님이 운명 하셨던 6월 둘째 주 토요일 아침 형수님의 다급해진 전화 목소리에 모든 일을 제쳐두고 아내와 함께 대전으로 급히 차를 몰았다. 아버님의 얼굴 모습, 혈색이 몰라보게 변형 되어 있었으며 가쁜 숨을 힘겼계 몰아  쉬고 계셨다.
 
불긴한 예감이 온몸에 스멀스멀 감싸 촉수 신경을 한층 고조, 무거운 분위기가 거실에 젖어 있지만 빨간 선인장 꽃은  오늘따라 더욱더 진한 색도를 띠면서 여전히 아버님을 향해 있었다. 형제 모두는 아버님을 중심으로 빙 둘러 앉아 소생 하는 기적만을 고대 하면서 죽음의 그림자를 애써 지워 보았다. 시간은 점점 어두운 밤으로 조용히 흘러가고 있었다.
 
인생은 인고의 여정 이라 하였거늘 아버님의 흉상은 점점 더 깊은 잠에 빠져 고통의 흔적은 소실되고 마지막 생의 버거운 짐을 이승에 두고 조용히 하직을 고 한다. “애들아, 우애 있게 살아라,” 이 한 말씀을 남겨두고 어머님 곁으로 홀연히 가셨다. 배란다. 창문 사이로 느껴지는 밤공기는 초여름 날씨답지 않게 한 기감마저 들었다.
 
밤 10시40분, 부친의 임종시간, 붉은색 가로등 아래로 전개되는 밤안개 모습이 더욱더 을씨년스럽게 내 마음을 허공으로 치닫게 한다. 아버님의 빈자리, 포근했던 기억이 내 몸을 빈자리에 올려놓았다. 형제들의 한없는 곡소리로 아버님을 보내면서 그날 밤 즉시 시신을 장례식장 으로 이송 하여 절차 순서에 따라 한 치 빈틈없이 장례진행은 시작 되었다. 
 
발인을 모두 마치고 선산으로 향하는 버스 차창 건너 멀리로 녹색 야산에 듬성듬성 피어있는 형형색색의 봄꽃이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마치 아버님 마지막 가는 길을 수놓는 듯 하였다. 장지 입구에 도착하여 꽃상여를 메고 아버님은 그렇게 어머님 곁에 조용히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봉으로 안장 되었다.
 
이젠 두 분은 영혼에서 다시 만났고 육신 역시 나란히 눕게 되었다. 인간은 누구나 가 일생일사 아닌가 하면서도 자꾸 눈물이 흐르는 것은 아마도  부모 자식 간의 인연이 모질어서 그러는 게 아닌가싶다. 인연은 모였다 흩어지는 것, 억지로 해서는 아니 됨을 익히 잘 알고 있는 나 역시 부모죽음 앞에서는 감정을 추스르기가 힘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 아닐 런지. 정말 힘들고 슬픈 일이다.
 
모든 장례식을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이 모든 순간을 영영 지워 버리고 싶은 우매한 마음에서 두 눈 꼭 감고 깊은 잠에 빠졌다. 한참 후 깨어보니 아버님 댁 아파트 앞에 도착 하였다.
 
출입문을 열고 거실 소파에 앉아 무심결에 선인장을 쳐다보는 순간 어안이 멍멍 해졌다. 이틀 전만 해도 활짝 핀 빨간 꽃송이가 완전히 시들어져 흉측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지 않는가, 만감이 교차되면서 보는 그대로 주인 잃은 고개 숙인 선인장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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