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아 성찰의 시적 미학
잃어버린 날은 조 성 린
꽃잎들 봄을 피워내고 돌아가면
연초록 이파리들 대물림한다
나 가로수에 기대어
날아가는 새를 향해 손 흔들 때
거기 돌아오지 않는 지나간 나날
허물어지는 시간속에 어둠 밀어젖히며
저 산언덕으로 새로 피워낸 파란 잎 붉은 꽃
온몸에 햇살 바르며 나는 빛나는 날
다시 내 시첩(詩帖)에 엮어내며
내일의 새 시간 야무지게 줍고 싶다
이해와 감상
조성린 시인은 지나간 날의 삶을 시 [잃어버린 날은]을 통해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문명 비평적 시민 의식을 고양시키는 보기 드문 작품을 한국시단에 보여주고 있다. 시 전편에 걸쳐 일상어를 부드럽게 구사하면서도 심도있는 이미지를 세련되게 부각시키고 있다. “나 가로수에 기대어/날아가는 새를 향해 손 흔들 때/거기 돌아오지 않는 지나간 나날/허물어지는 시간속에 어둠 밀어젖히며/저 산언덕으로 새로 피워낸 파란 잎 붉은 꽃/온몸에 햇살 바르며 나는 빛나는 날/다시 내 시첩(詩帖)에 엮어내며/내일의 새 시간 야무지게 줍고 싶다”(3~10행)고 하는 건강한 삶에의 의지는 <과거를 통해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닌> 미래 지향의 의욕 넘치는 삶의 가치 창출의 시적 미학이 역동적으로 메타포되고 있다. 이 시작품은 소박한 시민 의식을 바탕에 밀착 시키면서, 삶의 진실을 천착하는 조성린 시인의 선의식(善意識)이 자못 감칠맛나는 이미지를 형상화 시키고 있는 가편(佳篇)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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