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啐啄同時)의 교훈 <32>
줄탁동시(啐啄同時)의 교훈 <32>
  • 황태영
  • 승인 2012.06.01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태영의 풀 향기
▲ 황태영 수필가     ©독서신문
 
 
[독서신문 = 황태영 수필가] 어미가 품은 알 속에서 조금씩 자란 병아리가 있다. 이제 세상 구경을 해야 하는 때가 되었는데 알은 단단하기만 하다. 병아리는 나름대로 공략 부위를 정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연약한 부리로 알을 쪼기 시작한다. 그러나 힘이 부친다. 이때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닭은 그 부위를 밖에서 쪼아 준다. 병아리는 안에서 쪼고 어미닭은 밖에서 쪼아 알 속에서 답답해하던 병아리는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처럼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 ‘줄(啐)’이라 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화답하는 것을 ‘탁(啄)’이라 한다. 여기서 병아리는 깨달음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수행자이고 어미닭은 수행자에게 깨우침의 방법을 일러주는 스승이다. 새끼와 어미가 동시에 알을 쪼지만 그렇다고 어미가 새끼를 나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어미는 다만 알을 깨고 나오는 데 작은 도움만 줄뿐 결국 알을 깨고 나오는 것은 새끼 자신이다. 이 말은 스승은 깨우침의 계기만 제시할 뿐이고 나머지는 제자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말이다. 

깨달음에도 때가 있어 깨달아야 할 때 깨닫지 못하면 헛일이라는 뜻도 들어 있다. 또 모든 일은 중요한 순간을 놓치지 말고 합심하여 동시에 완성시켜야 한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참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가르침이자 지혜가 아닐 수 없다. 행복한 가정은 부부가 줄탁동시 할 때 이루어지고 훌륭한 인재는 사제가 줄탁동시 할 때 탄생하며 기업도 노사가 줄탁동시 할 때 세계적인 도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줄탁동시’는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자세히 관찰해 보면 몇 가지 조건이 있으며 이는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준다. 

그 첫 번째는 ‘내가 먼저 하기’이다. 

병아리가 먼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어미닭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거꾸로 어미닭이 먼저 알을 깨기 시작하면 병아리는 죽고 만다. 세상의 이치는 ‘기쁨 주고 사랑 받는’ 것이 순서이지 ‘사랑 받고 기쁨 주는’ 순서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남이 무엇을 해주기를 기다리기 전에 내가 먼저 깨달음을 구하고 내가 먼저 변화해야 한다. 

두 번째는 ‘경청’이다. 

어미닭이 병아리가 부화할 준비가 되었는지 또 어느 부위를 쪼아 주어야 하는지를 알려면 먼저 병아리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알이 깨어지지 않고 부화할 수 있게끔 적절한 도움을 줄 수가 있다. 자기 판단대로만 일방적으로 쫀다면 병아리는 살아나올 수 없다. 가장 지혜로운 스승은 자신의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의 소리를 경청할 줄 아는 사람이다. 

세 번째는 ‘타이밍’이다. 

쪼는 시간의 선후나 쪼는 위치가 조금이라도 어긋나 버리면 알은 부화하지 못한다. 알은 깨어지고 병아리는 알 속에서 죽게 된다. 안과 밖에서 쪼는 타이밍이 정확히 일치해야 한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다. 타이밍을 잘 맞추어야 한다. 

네 번째는 ‘화합’이다. 

안과 밖이 각자의 고집으로 아무렇게나 쪼아대거나 한쪽의 노력만으로는 ‘감동의 순간’을 만들 수 없다. 상대를 배려하며 화합해야만 한다. 어떤 경우에는 상대의 소리를 유심히 들어야 한다. 또 어떤 경우에는 나의 노력이 제대로 전달되게끔 기다림의 인내를 발휘하기도 해야 한다. 화합하지 않으면 새로운 탄생을 만들 수가 없다. 안과 밖, 명과 암, 너와 나 모두가 화합해야지만 창조와 진실의 순간이 만들어 진다. 

여야가 줄탁동시하면 국민의 삶이 편해진다. 오만에 빠질 때면 늘 ‘줄탁동시(啐啄同時)’의 오묘한 지혜를 숙고해 보아야 한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