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vs 영화] 영상화된 노시인의 욕망, '은교' ①
[소설 vs 영화] 영상화된 노시인의 욕망, '은교' ①
  • 윤빛나
  • 승인 2012.04.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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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분장한 박해일·신선한 김고은 옷 입은 <은교>는?
▲ 소설 『은교』 표지와 영화 <은교> 포스터     ©독서신문
 
 
 
[독서신문 = 윤빛나 기자] 나이든 남자와 어린 여자의 얽힘에 '사랑'이라는 정서가 개입되면 불쾌감을 주기 십상이다. 소설 『은교』에는 여기에 젊은 남자까지 끼어들고, 소설의 인물 구도를 그대로 따온 영화 <은교>는 '시인과 제자, 열일곱 소녀 서로를 탐하다'라는 자극적인 카피를 내세웠다. 하지만 영화도, 소설도 외설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젊음에 대한 갈구, 인물간의 애증 부분에서 여운을 더 남긴다.
 
노시인 이적요는 문단에서 시 하나만으로 명성을 떨치는 존경받는 시인이다. 하지만 이적요는 남몰래 소설과 산문 등 여러 분야에도 손을 대고 있다. 그 작품들은 심성은 좋지만 재능이 없는 이적요의 제자 서지우의 이름으로 발표된다. 어느 날 이적요의 집에서 여고생 한은교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고, 이적요는 은교의 싱그러움과 젊음에 매혹된다. 서지우는 은교를 계기로 젊음을 갈망하는 이적요의 눈빛을 알아챈다.
 
소설과 영화의 굵직한 사건이나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동일하다. 물론 400페이지 분량의 원작이 80쪽 분량의 영화 시나리오로 축소되는 과정에서 많은 부분을 덜어낼 수 밖에 없었지만, 그 점을 차치하더라도 소설과 영화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 영화 <은교>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우선 소설은 고인이 된 이적요의 회고록을 큰 줄기로 하고 사이사이에 서지우의 일기, 변호사의 수기를 끼워넣었지만 영화는 사건이 일어난 순서대로 진행된다. 또 이적요의 피붙이, 유작을 관리하게 된 변호사, 은교의 가짜 남자친구 등의 인물을 모두 제거한 채 세 사람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긴장감을 작정하고 훑는다.
 
그래서 영화를 먼저 본 관객이라면 대부분 소설을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소설은 영화에서 이해되지 않았던 부분을 단번에 메워줄 만큼 친절하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 소설이라는 모태에서 왔지만 영화대로 포인트를 짚었고, 그 포인트를 세심하게 따라 가며 매듭을 지었다. 사뭇 느낌이 다르다.
 
 
 
▲ 영화 <은교> 스틸컷     © 롯데엔터테인먼트

 
가장 변화가 큰 인물은 은교다. 김고은이라는 배우를 만나 시각화된 은교는 시각화의 장점을 떠나서 봐도 더 능동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존재가 됐다. 가장 많은 걸 알고 있는 듯 하지만 알수 없는, 저 아이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조차 짐작하기 힘들었던 허상 같았던 은교는 김고은이라는 배우의 신선한 마스크를 입고, 하얗고 쨍한 영상미를 뒤집어쓰면서 생명력을 얻었다. 누가 봐도 예뻐할 수밖에 없는, 한 학급에 한 명쯤은 있을 듯한 그런 여고생이 됐다.
 
반면 노시인 이적요는 노인 분장을 한 박해일이 맡으면서 소재에 대한 불쾌함을 희석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적요가 은교와의 싱그러운 순간을 꿈꾸는 장면은 상상 씬으로 처리되면서 이적요의 젊은 시절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 씬에서 특히 그런 장점이 부각된다. 반면 노인 연기를 하고 있지만 젊디 젊은 박해일의 목소리는 초반에는 이적요가 아닌 박해일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런 느낌이 덜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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