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29> 안정복, 글을 확대 해석하지 마라
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29> 안정복, 글을 확대 해석하지 마라
  • 독서신문
  • 승인 2012.03.1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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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암 안정복 선생의 『동사강목』 표지     © 독서신문
 
 
[독서신문] 글은 세상에 나오는 순간, 글쓴이 보다는 읽는이의 것이 된다. 글의 영향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새로운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둘째, 기존의 앎과 가치관을 강화하는 방편으로 사용할 수 있다. 후자는 지식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안정복(安鼎福·1712∼1791년)은 이같은 독서를 경계했다. 그는 “좋은 글을 자기 입맛에 맞게 고치지 말라”고 주위에 권유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인 그의 자는 백순, 호는 순암이다. 지은 책은 『순암선생문집』, 『동사강목』, 『임관정요』 등이 있다. 안정복은 어린 시절 전라도와 경상도, 서울을 오가며 자랐다. 예조참의를 지낸 할아버지 안서우의 근무지를 따라 다닌 결과였다.

당시인들에 비해 다소 늦은 열 살 때 책읽기를 시작한 그는 10년 동안 경전·역사서·시문·예론·음양학·천문·의약·점 등에 관해 폭넓게 공부했다. 할아버지가 별세하자 스물 다섯 살 때 경기도 덕곡으로 아버지를 찾아온 그는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책을 읽는 주경야독을 했다. 독학을 하던 그는 35세 때에 성호 이익의 문하생이 된다.

학문으로 크게 이룬 그는 성호학파의 여러 학자들과 토론하면서 실학의 사상정립을 꾀하였다. 그가 살던 18세기는 전통적 봉건체제의 모순 속에 서학 등 새로운 사상과 학문이 수입되던 시기였다. 그는 서학의 충격 속에서 전통적 유교이념을 되살리고 발전시키기 위해 고민했다. 이에 비해 성호학파의 젊은 학자들은 양명학이나 천주교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급진적 개혁에 관심을 보였다.

이를 경계하는 안정복은 여러 차례 소장파 학자들과 토론을 한다. 그 중의 한 명이 같은 이익의 제자인 녹암 권철신(1736~1801년)이다. 그에게 보낸 편지에서 독서는 보수적이어야 함을 주장한다. 글을 읽을 때는 너무 깊게 해석하지도, 너무 얕게 해석해서도 안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글쓴이의 원래 뜻에서 이해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확대해석을 금했다.

책을 읽으면서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앎이 부족한 것이지만, 별 것이 아닌 것을 너무 깊게 생각하는 시간낭비라는 것이다. 책 내용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독서하는 바른 자세로 파악했다.

지나친 사유, 원뜻보다도 깊은 해석을 경계한 안정복은 자제들에게는 몸과 마음을 닦은 뒤 공동체 생활을 잘할 수 있는 교육을 했다. 그가 자제들에게 한 훈계를 보자.

첫째, 뜻을 세워라. 둘째, 열심히 책을 읽어라. 셋째, 마음을 바르게 하라. 넷째, 몸을 경건히 하라. 다섯째, 말을 절제하라. 여섯째, 의로움을 돈독히 하라. 일곱째, 근검절약하라.
 
또 친척과 동네 사람들과는 사회복지, 공동체운동 차원의 계율을 말했다.

첫째, 불은 서로 조심하라. 둘째, 도둑은 서로 막아라. 셋째, 안좋은 일은 서로 도와라. 넷째, 좋은 일은 서로 축하하라. 다섯째, 법은 외경심을 가져라. 여섯째, 공공요금은 서로 조심해라.
 
 / 이상주(『왕의 영혼, 조선의 비밀을 말하다』 『공부 열광』 『유머가 통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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