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25> 책 읽는 바보 이덕무
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25> 책 읽는 바보 이덕무
  • 독서신문
  • 승인 2011.12.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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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무가 1761년 집필한 『간서치전(看書癡傳)』을 쉽게 풀어놓은 안소영 작가의 『책만 보는 바보』 표지     
[독서신문] “책만 보면 그저 즐거웠다.”
 
이덕무(李德懋·1741∼1793년)는 정조 때의 실학자다. 자는 무관(懋官), 호는 청장관(靑莊館)이다. 지은 책으로는 『관독일기』, 『이목구심서』 등 16종이 있다. 박학다식하였으나 서자 집안 출신인 서파(庶派)라는 신분적 한계가 있었다. 게다가 집안도 가난하고, 어릴 때 병치레마저 잦았다. 그래서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집에서 배운 글로 여섯 살 때부터 주위를 놀라게 했다. 그는 박지원 홍대용 박제가 유득공 서이수 등과 교유하고, 청나라에서 고증학에 관한 책들도 많이 가져와 북학파 실학을 발전시켰다. 정조는 지식인인 그를 초대 규장각 외각검서관으로 특별히 임명했다.

이덕무는 스스로를 ‘책만 보는 바보’라는 뜻의 ‘간서치(看書痴)’라고 표현했다. 높은 열로 눈이 충혈된 상태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고, 추운 겨울에 손가락에 동상이 걸리면서도 책을 읽었다.

서울 한복판에 산 그는 농사 지을 땅이 없었다. 돈벌이를 하지 못했다. 겨우 아내의 삯바느질로 입에 풀칠만 했다. 그렇기에 한 겨울에도 냉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읽던 책을 이불 위에 올려덮고, 책을 병풍처럼 쌓아 칼바람을 막으면 겨우 잠을 청하면서도 독서를 멈추지 않았다. “글을 배운 뒤 스물 한 살때까지 단 하루도 책을 놓은 적이 없다”고 말한 그는 스물 네 살 때는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겠다’는 큰 야망을 부풀리기도 한다.

스물 한 살 때 쓴 『간서치전(看書癡傳)』에서 그는 자신을 ‘책읽는 바보’로 소개했다.

“남산 아래 산 바보는 말 재주가 없고, 성품은 게으로고 옹렬하여 세상을 알지 못했다. 바둑이나 장기 등 잡기는 더더욱 몰랐다. 남들이 욕을 해도 말하지 않았고, 칭찬해도 우쭐대지 않았다. 오직 책 보는 즐거움으로 인해 추위도 더위도 배고픔도 아픈 줄도 아주 몰랐다.”

그는 책을 곱씹어서 읽어 완전한 이해를 시도했다. 여러 차례 읽어도 뜻을 알 수 없으면 책장을 덮고 잠시 쉬거나, 산책을 한 뒤 다시 읽었다. 집중과 이완의 반복을 통해 독서 능률의 극대화를 꾀한 것이다.

또 과시용으로 책을 소장하는 것도 비판했다. 그의 말을 들어보자. “괜찮게 사는 집의 자제들이 화려한 책상과 비단으로 장정한 책을 진열해 놓고, 복건만 쓴 채 비스듬히 드러누워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한 해 동안 단 한글자도 읽지 않는다. 나는 이게 가장 유감스럽다.”
대신 아이에게 글공부가 부담이 되어서는 안됨도 말하고 있다.

“어린이에게 절대로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하나라도 정확하게 가르쳐야 한다. 타고난 능력을 헤아려 200자를 배울 만한 아이에게는 100자만 가르쳐 더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둬야 한다. 그러면 책읽기에 싫증을 느끼지 않을 것이고, 스스로 깨달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 독서에만 탐닉해 세상 돌아가는 것을 모르는 것도 어리석게 보았다. 그는 ‘표맥(漂麥)’이라는 고사를 예로 들었다. 중국 후한의 고봉(高鳳)이 책읽기에만 몰두하다가 마당에 널어놓았던 보리가 폭우에 떠내려가는 것을 몰랐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이덕무는 『사소절』에서 그의 행동을 비판했다. “고봉이 독서에만 정신을 쏟다가 보리 멍석을 비에 쓸려 떠내려가게 한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선비가 독서하는 틈틈이 울타리를 메고, 담을 쌓고, 청소를 하고, 말을 먹이고, 방아를 찧는다면 몸과 마음이 튼튼해져 편안해지고 안정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가정생활의 남녀 모두에게 수많은 교육적인 글을 남긴 이덕무는 메모의 달인이기도 했다. 효과적인 글 공부를 읽는 것 못지않게 직접 써보는 것으로 보았다. 항상 소매 속에 책과 필기구를 함께 넣고 다니면서 보고 듣고 생각나는 것을 적곤 했다. 16종의 책은 엄청난 메모의 산물이었다.

 / 이상주(『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공부 열광』 『유머가 통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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