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터널 선생님’ (下)
<9> ‘터널 선생님’ (下)
  • 독서신문
  • 승인 2011.11.1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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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지선의 ‘그림이 있는 수필’
▲ 작품 「터널 속에서」     ©독서신문

 
 
[독서신문] 나는 화가로 활동하면서 작업이 잘 안 되거나 난관에 부딪히면 항상 내가 대학을 다 마치지 못하고 중퇴를 한 것에 핑계를 댔다. 요즘 같은 고학력시대에 대학을 중퇴하고, ‘남들 다 가는’ 유학 한번 못 간 것이 나의 작가생활에 큰 핸디캡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그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것이 생활의 습관이 돼버렸다. 나는 내세울 학벌도, 이끌어줄 선배-교수님도 없지 않은가! 항상 ‘배우는 데는 나이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졌고, 환경이 열악한 가운데 노력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됐다. 그나마 게으른 내가 지금까지 글과 그림을 놓지 않고 계속하는 것도 나의 부족함을 채우려는 배우려는 자세 덕택이었을 것이다.
 
그 학력 컴플렉스가 ‘나의 터널’이었다.
아이도 아프고 나면 철이 들고, 사람도 고난을 겪은 사람이 폭이 넓어진다지 않는가. 졸업을 했고, 유학을 했고, 하는 일마다 일사천리였다면(말하자면 터널이 없는 시원한 도로만 달려왔다면) 편한 것을 좋아하고 놀기를 좋아하는 나는 중간에 ‘이 정도면 됐지’ 하고 그만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터널이 있어 못 들은 노래가 그렇게도 나에겐 소중했던 것이다. 그냥 들었다면 흥흥거리고 지나칠 수 있는 노래를 찾고 물어서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여기까지 얼마나 힘들게 왔는데…. 터널을 통과한 내 눈물의 시간들이 아까워서 그만둘 수가 없었다.
30대 후반에 나를 잠시 지도해준 선생님이 나의 실력을 인정해 문화센터 강사를 추천해 주었다. 나는 꿈이 선생님이었던 터라 문화센터일망정 선생님이 되는 게 무척 기뻤지만 이력서를 써오라는데 이력서에 쓸 것이 없었다.
대학도 부족해 대학원 석-박사가 즐비한데 고졸, 대학중퇴를 써서 채용이 되겠는가? ‘학력 상관 없이 혼자서 죽어라 공부했음’이라고 써야 하나?
‘혼자 실력을 쌓았음’은 어디에도 쓰는 난이 없지 않은가. 그 때의 막막한 심정이라니…. 그러기에 남보다 열 배, 스무 배 노력하고 평생공부하자고 결심했다. 생각해보면 양평 가는 길에 있는 4개의 터널은 나에게 우매함을 깨치라는 자연의 선물인 것 같다.
터널을 통과하면서 라디오소리를 듣지 못하는 답답함을 알게 되면서 그 진리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라디오의 음성을 너무나 고맙게 느끼게 됐다.  
그러다가 ‘이 터널을 뚫느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을까?’라는 생각에 미치자 목이 메인다. 자세히 보니 터널공사로 희생한 사람들을 기리는 조그만 탑들이 보였다.
우리는 휙 지나가지만 보이지 않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나의 하루가 남의 덕이요, 일생이 남의 희생을 입고 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겸손해진다. 고마운 마음이 저절로 생긴다. 고마운 터널과 얼굴도 모르는 고마운 사람들…. 남들이 다 아는 이 평범한 진리를 이제야 알고 마냥 기뻐하는 걸 보면 참 늦게 철이 드는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얼마전 팔당터널 보수공사를 한참 하더니 더불어 라디오 수신장애가 어느 정도 해결된 듯 조금 나아지는 듯 했지만, 여전히 터널 통과 시엔 수신이 잘 되지 않았다.
가끔 서울로 나갈 때마다, 들어올 때마다 통과하는 네 개의 터널….
터널의 잡음은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의 일상에 감사하고, 겸손하고, 지금 주어진 시간을 소중히 보내라’고.
서울에서 양평으로 가는 아름다운 길, 자연의 선물 위에서 ‘터널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인생의 묘미와 즐거움이 한결 더해진다.
 
글쓴이 모지선은?
-2011년 NICE EXPO 참가(프랑스 니스)
-2010년 Seoul Art Fair 참가(부산)
-2009년 Sanghi Art Fair 참가(중국 상해)
-2009년 NEWARTEXPO 참가(미국 뉴욕)
-2009년 14번째 개인전(삼성래미안갤러리)
-2006년 ‘여인의 향기’ 누드 크로키전
-2005년 대한민국 국제환경미술 엑스포 참가
-한국미술협회 회원, 구상전 회원, 영토회 회원, 물뫼리 회원, Always 누드크로키 회원, 양평미술협회 회원, 양평문인협회 회원
쪾문인활동 : 시집 『門 이야기』, 《한맥》 《국보문학》 《양평문학》 《한국문학신문》 《좋은 글》 등에 시, 수필 등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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