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에 걸린 홍도
노을에 걸린 홍도
  • 홍윤기
  • 승인 2011.11.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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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종 섭
 
저녁 햇살에 바다 잠들었다.
사람들 목소리 깨어 소란한 선착장.
노을에 풀린 홍어의 눈알 몇 개 바라본다.
꼬박꼬박 졸고 있던 아낙의 손끝에 잡힌
우럭과 홍어 냅다 칼질이다.
피 피피, 홍도 바다 물들인다.
붉은 윤집에 발린 홍어회 한 점
참이슬에 섞어 들이키면
비로소 내 눈 밝아져 거시기들 보인다,
대불이나 산 낙지, 꼬막들의 꼬물대는 성감대.
얼콰히 번져가는 술판 위로 육두문자 오간다.
끼룩끼룩 갈매기 울음, 봄을 깨우고
붉게 물드는 홍도의 성감을 돋운다.
저 먼 절벽의 가파른 신음도 들린다.
허공 건조대엔 온종일 햇살에 졸아든 홍어
허기지게 걸려 있다.
욕정을 다 비운 퀭한 눈망울,
불그레한 내 안면을 슬프게 내려 보고 있다.
홍도엔 곰삭은 홍어는 바닥나고
홍어처럼 술 취한 군상들만 노을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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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삶의 진실 추구하는 홍도의 서정미
 
▲ 김종섭 시인     © 독서신문
오늘의 한국시단 릴리시즘의 순수미 추구의 대표적인 시인 김종섭. 그의 빼어난 홍도 여정속의 서정은 독자로 하여금 삶의 내밀한 진실 추구가 고답적인 메타포로 붉은 노을 속에 투명하게 형상화되고 있는 역편이다. 누구나 읽어 알기 쉽게 엮어진 이미지의 전개가 자못 리얼하게 공감도를 드높여 준다. “저녁 햇살에 바다 잠들었다 / 사람들 목소리 깨어 소란한 선착장 / 노을에 풀린 홍어의 눈알 몇 개 바라본다 / 꼬박꼬박 졸고 있던 아낙의 손끝에 잡힌 / 우럭과 홍어 냅다 칼질이다 / 피 피피, 홍도 바다 물들인다”(도입부)는 리얼한 메시지는 스피디한 은유로서 삶의 절박성을 현대인의 감각속에 짙게 투영시키고 있다. 즉 시는 현실의 사상(事象)을 순수무구한 노래로 승화시키는 작업이다.

/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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