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햇살에 바다 잠들었다.
사람들 목소리 깨어 소란한 선착장.
노을에 풀린 홍어의 눈알 몇 개 바라본다.
꼬박꼬박 졸고 있던 아낙의 손끝에 잡힌
우럭과 홍어 냅다 칼질이다.
피 피피, 홍도 바다 물들인다.
붉은 윤집에 발린 홍어회 한 점
참이슬에 섞어 들이키면
비로소 내 눈 밝아져 거시기들 보인다,
대불이나 산 낙지, 꼬막들의 꼬물대는 성감대.
얼콰히 번져가는 술판 위로 육두문자 오간다.
끼룩끼룩 갈매기 울음, 봄을 깨우고
붉게 물드는 홍도의 성감을 돋운다.
저 먼 절벽의 가파른 신음도 들린다.
허공 건조대엔 온종일 햇살에 졸아든 홍어
허기지게 걸려 있다.
욕정을 다 비운 퀭한 눈망울,
불그레한 내 안면을 슬프게 내려 보고 있다.
홍도엔 곰삭은 홍어는 바닥나고
홍어처럼 술 취한 군상들만 노을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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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삶의 진실 추구하는 홍도의 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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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윤기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국학과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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