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한 사람이 없다
내게 있어서는
그만한 풍경이 없다
내게 있어서는
봄바람, 그 사람은
치솟은, 그 풍경은
나를 꿈틀거리게 했다
나를 날아오르게 했다
다만, 내게 있어서
선뜻, 있어 주었다.
― 시집 『다시 하얗게』에서
■한영옥
○서울 출생
○197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비천한 빠름이여』, 『아늑한 얼굴』 외
○성신여대 국문과 교수
■감상평
생명체는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절대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는 무한한 상대적 상황 속에서 살게 된다. 모습이나 생각 등이 완벽하게 같은 존재는 결코 있을 수가 없다. 그러니 나를 감동시키고, 나를 달뜨게 하고,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존재가 다른 사람과 같을 리가 없다. 나를 설레게 하고, 나를 달뜨게 하고, 나를 살아있게 만드는 존재. 오직 나만을 위해 감동을 선사하고, 나에게만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하는 존재. 그런 존재가 있어 우리는 홀로 행복할 수 있다. 죽는 날까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살 수가 있다. 시인에게 봄바람은 생명력을 제공해주는 그만의 감동적인 존재이다. 치솟은 풍경은 시인에게 신명과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신비로운 존재이다. 오직 그에게만 존재하는 것이므로 더욱 그렇다. 보인다고 해서 모두 보이는 것은 아니다. 보이는 것이 모조리 껍데기인 허상으로만 스쳐간다면 보아도 보았다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어김없이 자신만의 특별한 감동과 생명력을 제공해주는 신비로운 존재를 가지고 있다. 그 존재들로 하여 우리는 절대적인 한계상황을 극복해가며 용기 있게 살고 있는 것이다. 내가 곧 우주이다. 나의 우주를 소중하게 가꾸자. 내가 살아 있어야 나의 우주는 살아있는 것이고, 내가 소멸되면 나의 우주도 꿈처럼 소멸된다. 남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우주가 나에게 무슨 소용이랴.
/ 장종권(시인, 계간 <리토피아>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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