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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 윤빛나 기자] <집으로> 이후 9년 만에 <오늘>로 돌아온 이정향 감독이 영화의 전체를 꿰뚫는 주제인 '용서'에 대한 생각을 가감 없이 털어놨다.
지난 12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오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이정향 감독은 "2002년도에 <집으로> 개봉 후 마음 고생이 심했다. 영화에 등장했던 할머니에 대한 주변의 지나친 관심, 할머니와의 오해, 그리고 무리한 경영으로 망한 영화사 탓에 2년을 힘들게 보냈고, 그 이후 정신을 차리고 몰두한 작품이 <오늘>"이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용서'는 꼭 이야기 해보고 싶었던 소재라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고, 그 사이에 문제를 바라보는 사고의 깊이가 달라지면서 욕심도 생겼다"며 "민감한 주제라 흑백논리로 다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나리오 작업만 5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 감독은 어쩔 수 없이 가해자를 용서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에서는 피해자의 유족들이 제 3자로서 무시당하는 입장인데, 미약한 개인이지만 드리고 싶은 말은 매일 화를 곱씹으면서 가해자에 대한 분노로 하루하루를 소진하지 말고, 오늘 하루만이라도 분노를 마음의 변두리로 밀어 넣고 오늘 하루를 자신을 위해 살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오늘이 쌓여 당신의 삶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제안도 했다.
이어서 영화를 볼 관객들에게 "극중 다혜와 같은 아픔이 없다면 혹시 주변의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쉽게 용서하라고 말한 적은 없나 생각해 보고, 만약 있다면 '나에게는 용서를 안 할 자유도 있었는데' 하며 용서의 강박증에서 벗어나고, 조금이나마 위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따뜻한 말을 전했다.
한편 영화 <오늘>은 오토바이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PD '다혜'(송혜교)가 가해자인 소년을 탄원서까지 써 주며 용서하지만, 1년 후 '용서'라는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다 점차 자신의 '용서'가 진심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오는 2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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