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린 남자들
감기에 걸린 남자들
  • 김혜식
  • 승인 2011.10.0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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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의 『베이징 특파원 중국 문화를 말하다』를 읽고
▲ 김혜식 수필가     ©
[독서신문]  숫자 8을 유독 좋아하고 자신들의 감정 은폐에 능숙하며 겉으로 보기에 매사 서두르지 않고 여유로운 탓에 '만만디'로 불리는 중국은 멀고도 가까운 나라이다.
 
그래서인지 그 나라의 문화 코드에 평소 관심이 깊었었다. 하여 중국 여행을 통하여 그곳의 실상을 세세히 알아보고 싶었지만 불과 며칠만의 여행으론 중국인들의 생활상을 낱낱이 알기엔 역부족임을 깨닫고 아쉬워 할 때이다. 우연히 대한 한 권의 책을 통하여 새삼 중국인들의 정서, 문화, 기질, 특성 등을 비로소 자세히 알게 됐다.
 
이 책은 베이징 특파원 13인이 그야말로 발로 뛰며 쓴 책이다. 중국인들의 실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들어 그들의 삶을 직접 피부로 느끼며 쓴 글이어서인지 매우 실감나는 내용이 다수이다. 베이징 특파원인 홍순도 외 13인이 지은 『베이징 특파원 중국 문화를 말하다』가 바로 그 책이다.

중국은 워낙 땅 덩어리가 크고 인구도 많아 잠재된 저력이 무궁무진한 국가임은 다 아는 바이다. 한편 사회주의 체제임에도 불구하고 사람 사는 곳 어디서나 일어남직한 일들이 그곳서도 빠짐없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라웠다. 겉으로 보기에 결코 서두르지 않아 유유자적한 인상마저 주는 중국인들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들이 이재엔 매우 밝아 이익이 되는 일이라면 양다리는 기본이고 삼 다리, 사다리, 심지어 십 다리 까지 걸치는 것을 예사로 안다고 한다. 어디 이뿐이랴. 보복심이 매우 강해 한번 앙심을 품으면 십년이고 이십년이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아 기어코 상대에게 보복을 가한다는 사실엔 등골이 오싹했다.

우리는 어떤가. 밤샌 원수 없다는 말처럼 아무리 원한이 깊어도 세월이 흐르면 그 감정이 희석되기 예사 아닌가. 이뿐 만이 아니었다. 중국에서 큰 죄를 지은 사람은 공개 처형까지 시킨다고 하니 그 잔인성이 중국인들의 겉모습과는 상반돼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각 나라마다 풍습이 다른 것은 사실이다. 좁은 땅덩이인 우리나라도 각 지방 마다 풍습이 다른데 하물며 외국인 경우엔 오죽하랴. 중국인들의 많은 풍습 중에 의외인 것은 그들의 결혼식 땐 시계를 선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는 결혼식 때 혹은 개업을 하면 시계를 서로 주고받기도 하는데 중국인들에게 시계 선물은 죽음을 선물 한다는 의미란다.
 
이 밖에도 요즘 중국 사회에선 여성 파워가 강해져 남성들이 집안 살림 돕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란다. 그래서 집안일 돕는 젊은 남성들은 우스갯소리로 “나 요즘 치관옌 걸렸어.”라고 말하곤 한다. 그것은 감기란 뜻인데 발음이 공처가와 비슷하여 그렇게 흔히 말한단다.

한국은 맞벌이를 해도 아내는 종종 걸음 치며 부엌에서 식사 준비하기 바쁘고 남편들은 느긋하게 거실에 앉아서 텔레비전 시청하는 게 우리네 가정의 전형적 모습이다. 하지만 요즘 중국엔 이런 간 큰 남편들은 눈 씻고 찾아볼래야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내 대신 앞치마를 두르고 자식이나 아내가 먹을 음식을 준비 하는 남편들의 태도가 보편화 됐다는 것이다.

하여 중국 가정에서 서열은 아내가 당연 1등이고 장모가 2등 다음은 딸이고 숨겨놓은 애인이 다음 차례고 5위와 6위는 처제와 헤어진 옛 애인 순이란다.

유방의 부인 여치(呂稚)를 비롯해 측천무후(測天武后), 서태후(西太后) 같은 여성 절대 권력자들이 천하를 좌지우지 한 역사가 있는 중국은 이 책에서 밝혔듯 여성들의 지위엔 매우 야누스적인 나라였다. 전족(纏足)이란 굴레를 중국 여성들에게 강요한 게 그것이다.
 
하지만 이즈막엔 여성 파워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이젠 면역력(?)이 떨어져서인지 걸핏하면 감기(공처가)에 걸리는 남성들이 상당수 많은가 보다. 그들이 걸린 감기의 처방약은 아마도 남성이 여성화 되지 않는 일 밖에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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