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vs 영화] 소설도 영화도 야만의 '도가니', 하지만 모든 것은 현실②
[소설 vs 영화] 소설도 영화도 야만의 '도가니', 하지만 모든 것은 현실②
  • 윤빛나
  • 승인 2011.09.2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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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도가니'를 똑바로 응시하라
[독서신문 = 윤빛나 기자] 생명력을 얻은 장면들
 
가해자들이 가벼운 형량을 처벌받고 청각장애인들이 이에 분노하는 장면은 인화학교 사건이 '끝나지 않은 싸움'이 되게 한 클라이맥스다. 원작 텍스트만으로 분통이 터지고 감정이 벅차오르게 하는 이 장면을 보다 사실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고심하던 황동혁 감독은 실제 청각장애인들을 법정 방청객으로 출연시키기로 결심했는데, 이것이 놀라운 우연으로 이어졌다. <도가니>의 배경이 된 학교를 다녔던 사람이 촬영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사건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봤던 이로서, 촬영을 하며 당시의 기억을 떠올린 연기자는 가해자가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장면 촬영을 하며 진심이 담긴 눈물과 울부짖음으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적셨다는 후문이다.
 
 
▲ 영화 <도가니> 스틸컷     ©독서신문

 
특히 법정 씬에서 청각장애아가 목격 장면을 진술하면서 '음악 소리를 들었다' 라고 한 부분을 입증하는 장면이 있는데, 청각장애아가 음악소리를 듣는다는 건 너무 영화적·소설적인 설정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하지만 청각장애는 주파수의 문제라고 한다. 고주파 소리만 들을 수도 있고, 그 소리만 못 들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운 좋게 아이가 들었던 노래의 음역대가 미세하게나마 들을 수 있는 음역대였고, 영화에서는 '청각장애아의 귀에 음악이 어떻게 들렸을까'를 표현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다. 잠시 아주 미세하고 흔들리는 음악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활자로는 표현의 한계가 있었던 청각적 효과를 훌륭히 살렸다.
 
또한 영화에는 원작에는 없던 '민수의 복수' 장면이 추가됐다. 이 장면은 분명 '영화다운' 설정이지만, 사건의 실체에 분개한 관객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동시에 슬픔을 극대화한다. 황동혁 감독은 "원작에 없는 임팩트를 주려고 넣었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렇게만 끝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도 있었다"며 "내가 느낀 답답함 때문인지, 그래도 인물들 가운데 누군가는 뭔가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 공지영의 소설 『도가니』(왼쪽)와 영화 <도가니> 포스터     ©독서신문


 
소설과 영화가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자극적이다?
 
일각에서는 소설도 영화도 지나치게 감성적이고 자극적이라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선정성'을 운운하며 꼭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야겠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 의견은 '불쾌하고 불편한 진실을 보는 사람들이 그래도 마주할 수 있게, 외면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라는 시각으로 이어진다.
 
하지만 '눈을 가리고 싶은 야만적인 모습'들이 현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폭행'이라는 사건 자체뿐만 아니라 무진이라는 지역사회의 보이지 않는 검은 연계, 법조계 전관예우 등은 모두 현실과 맞물린다. 학교와 교육청, 시청, 경찰, 검찰, 교회가 한데 섞여 나뒹구는 광란의 도가니. 가해자 측이 오히려 "그런 일이 가능하기나 하느냐, 너무 더럽다"라는 주장을 펼 수 있을 만큼 비상식적이어서 믿기 힘든 그런 이야기를 담은 소설 『도가니』와 영화 <도가니>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겼고, '신드롬' 이라고 불릴 정도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이는 무거운 데다가 보기 불편할 정도로 충격적인 모습이 모두 현실이고, 그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었지만 숨겨 왔다는 증명일지도 모르겠다. <도가니>는 '가해자들을 싹 다 죽여버리겠다' 같은 격정적인 감정의 최고점을 찍고 식어버리지 말고, 지속적으로 '이런 일'에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는 점에서 '여러 장르로 계속 상기시킬 만한' 작품임에 틀림없다.
 
- 소설 『도가니』의 토대가 된 '인화학교 사건'이란?
 
지난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청각장아애들을 위한 특수학교 '인화학교'와 인화학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생활시설 '인화원'에서 교직원들이 9명의 학생에게 상습적 성폭행을 가한 사건. 인화학교의 주요 요직은 이사장의 친인척으로 구성돼 있어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기 어려웠으며, 사건 가담자는 1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화학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2005년 7월 2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성폭력 대책위가 결성됐고, MBC <PD수첩 - 은폐된 진실, 특수학교 성폭력사건 고발>이 해당 사건을 보도하며 대중에게 알려졌다.

국가위원회는 성폭력 관련자 6명을 형사고발했으나 2명은 공소시효가 지나 기각됐다. 오직 4명만 실형 선고를 받았는데, 1심에서 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교장과 보육사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교장은 지난 2009년 췌장암으로 사망했다.

2009년 인화학교 사건을 다룬 공지영 작가의 소설이 출간되면서 해당 사건이 다시금 주목받지만, 2010년 인화학교에서는 또다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난다. 게다가 인화학교는 '서영'이라는 이름으로 교명 세탁과 정관 변경(재활 사업 대상을 청각·언어장애에서 지적 장애로 넓히기 위함)을 신청한다. 현재 성폭력 혐의로 기소됐던 특수교사 1명은 복직돼 인화학교에서 근무중이며, 성범죄 은폐 혐의로 고발됐던 교사 2명도 교사로 일하고 있다.

최근 영화 <도가니>로 재점화된 인화학교 사건에 대해 국민적 비난이 쇄도하면서 '재조사 여론'까지 이어졌고,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는 인화학교 재단 사회복지법인 '우석'에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약속했던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심리치료 등)을 요구하며 맞서 싸우고 있다. 아직도 피해자들과 가해자 사이에 수많은 소송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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