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vs 영화 vs 연극] '순애보'로 3장르 섭렵한 '국화꽃 향기' ②
[소설 vs 영화 vs 연극] '순애보'로 3장르 섭렵한 '국화꽃 향기' ②
  • 윤빛나
  • 승인 2011.09.0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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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별 강점 살려… 각기 다른 방법으로 감수성 적신다
[독서신문 = 윤빛나 기자] 왜 영화 속 '미주'는 여성스러워졌나

<국화꽃 향기> 세 장르는 이야기 추동 방식이 매우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미주의 설정이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재미있다.

원작에서 미주는 당당한 여자다. 어려운 사람을 지나치지 못하고, 후배에겐 따끔한 충고도 일삼는 그야말로 올곧은 인물이다. 소설과 연극 속의 미주는 지하철 안에서 처음 본 승우에게 “앞에 계신 할머니가 안 보이세요?”라고 소리를 지를 만큼 배포가 남다르다.

하지만 영화 속 미주는 조금 다르다. 일단 이름이 희재로 바뀌었다.(남주인공 이름은 인하로 바뀌었다) 원작에 비해 다소 서정적이고 아기자기한 느낌의 이름을 달게 된 희재는 미주처럼 거침없긴 하지만, 보다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할머니에게 자리를 내어 준다. 자리를 잔뜩 차지하고 있는 노숙자를 살짝 밀어내고 자리를 만드는 그녀의 모습은 인하의 표현을 빌리자면 '바들바들 떨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똑부러진 강아지 같다.
 
▲ 영화 <국화꽃 향기> 스틸컷     © 독서신문



이는 배우 장진영의 영향이 크다. 청순하고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배우의 이미지가 캐릭터의 성격에 투영된 부분도 있고, 러닝타임 내내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마음이 가는' 캐릭터도 설정될 필요성도 있기 때문이다.

반면 연극의 미주는 여장부에 가깝다. 음악 동아리 회원들을 휘어잡는 리더십에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주량까지, 강한 여성상 그 자체다. 소설과 영화에 비해 공간적 제약이 커서 대사와 움직임으로 관객들을 몰입시켜야 하는 장르적 특성상, 연극 속 미주는 보다 강한 힘을 부여받아 활발하게 움직이고 센 언어를 구사한다.
 
 
▲ 영화 <국화꽃 향기>와 연극 <국화꽃 향기>     ©독서신문

소설-감정선, 영화-서정성, 연극-현장성

세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장르의 특성과 연결되는 특유의 매력이 명확히 눈에 들어온다.

먼저 소설 『국화꽃 향기』의 매력은 세심한 감정선에 있다. 사랑하는 이를 잃는 순간, ‘사막을 건너 온 표정’을 하고 ‘자신의 머리와 가슴속에 고인 기억과 감정들을 크고 맑은 눈동자 위로 천천히 길어 올리는’ 승우의 모습은 독자들의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시각적 매력’을 한껏 살렸다. ‘시각적 매력’에는 자유자재로 이동 가능한 배경은 물론이고, 배우들의 이미지와 연기력도 포함된다. 영화의 엔딩에서 어느새 훌쩍 커서 “아빠 사랑해”라는 말까지 할 수 있게 된 딸을 끌어안고 그네 위에 앉아 있는 승우(박해일)의 모습에는 행복한 기운이 실려 있지만, 동시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도 담겨 있다. 영상의 특성을 이용해 서정성을 극대화시킨 셈이다.

한편 연극 <국화꽃 향기>의 연출가 김동혁은 "소설과 영화가 평면적이라면, 연극은 라이브 음악과 함께하는 현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신파극인 원작의 특성상, 무대에 올렸을 때 단조로워질 우려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래서 연극은 제 2의 배우로 음악을 택했다. 극의 호흡과 흐름을 같이 하는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의 선율은 슬픔이 극대화되는 장면에서 배우들의 울부짖음과 함께 폭발하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원작의 느낌을 살리면서도, 음악을 통해 단조로운 부분을 메꿀 수 있었다.
 
소설은 인물들의 내면을 세심하게 서술했고, 영화는 아름다운 영상미를 펼쳐 보였으며, 연극은 무대가 내뿜는 생동감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또한 『국화꽃 향기』의 영화화, 연극화 사례는 많은 것을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장르의 장점을 살려 이를 중심으로 성공적인 재창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 줬다. 특히 연극의 경우, 대중들이 추구하는 감성이 너무 많이 변해버린 지금, 어느 세대에나 통하는 음악의 비중을 높여 '크로스문화 시대'에 걸맞는 문화적 장르를 탄생시킨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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