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19> 이황, "공부하기 좋은 장소가 있다"
조선 명문가의 독서교육 _ <19> 이황, "공부하기 좋은 장소가 있다"
  • 독서신문
  • 승인 2011.08.2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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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계 이황(왼쪽)과 그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1574년 경상북도 안동시 도산면에 세운 도산서원     © 독서신문

 
 
[독서신문] ‘공부 장소는 서울이든, 시골이든 따질 필요가 없다.’
 
이는 조선 명종 선조 때의 학자인 퇴계 이황(李滉·1501~1570년)의 생각이다. 이황의 자는 경호(景浩), 호는 퇴계(退溪)다. 정치 학문적으로 남인 계열의 종주다. 영남학파를 형성한 이황은 비리의 사회를 도덕적으로 완성된 재야 학자들이 주도해 바른 사회로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동방의 주자’로 불리는 이황의 학문은 조선 사회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이황의 교육관은 그의 가훈집인 『퇴계가훈(退溪家訓)』에서 엿볼 수 있다. 이황은 제자를 아랫사람이 아닌 친구로 대했고, 공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도록 했다. 그가 자주 하던, 공부를 장려하는 말이 ‘하처 불가독 하시 불가학(何處 不可讀 何時 不可學)’이다. ‘언제 어디서나 책읽기를 멈추지 말고, 항상 공부하고 배우라’는 뜻이다.

이황은 스물 세 살에 얻은 아들 준(寯)에게도 똑같은 말을 했다.

“책을 읽고 공부하는 데 장소를 따질 필요가 있겠는가. 서울에서 공부하든 시골에서 책을 읽든 성패는 오직 뜻을 세우는 것에 달려 있다. 최선을 다해 매일 공부해야 한다.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내서는 안된다.”
 
그러나 이황은 공부 분위기는 따졌다. 그는 아들에게 공부에 전념하지 않음을 질책한 뒤 “집에서 시간만 죽이지 말고, 공부 열의가 높은 벗과 함께 절에 들어가 긴 겨울날 부지런히 책을 읽으라”고 격려했다. 시간이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음도 알려주고 있다.

아들이 집안의 크고 작은 일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여건에 대해서는, “합리적으로 현명하게 잘 대처하라. 그러나 이를 핑계로 공부를 포기하지 말라”고 했다.

또 참봉직의 공직에 있는 아들에게는 “공직에서 근무하는 시간 외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쓸 것”을 훈계했다. 또한 과거 시험에서는 급제와 불합격에 연연하지 말고 마음을 편히 한 뒤 결과를 기다리는 자세를 강조했다.

학생들의 학교 생활에 대해서는 단체 행동에 따른 예의에 신경을 쓰라고 했다.

“성품과 행실이 바르지 않아 예의차림을 비난하거나 현명한 위인을 욕하고, 여러 동료에게 피해를 끼치고, 바른 길을 따르지 않으면 학생들은 의논하여 그를 쫓아내라”고 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공부하되 의문사항이 있을 때가 아니면 옆 방의 동료를 찾아 공연히 시간을 보내지 말고 수다로 시간을 허비하면 더 이상 가르침을 줄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제자인 김성일에게는 독서방법을 제시했다.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글을 읽고 또 읽어 음미하라’고 했다. 그래야 잊지 않고 마음에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충 읽고 말하는 것은 깊이가 없고, 비록 천 편의 글을 읽고 말한다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낮에 읽은 것을 밤에 깊이 고민하고 풀어보는 게 공부하는 방법임을 말했다.

 / 이상주(『조선 명문가 독서교육법』 『공부 열광』 『유머가 통한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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