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정원
마음의 정원
  • 이병헌
  • 승인 2005.11.1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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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시인 · 소설가 , 임성중 교사)


내가 이 책의 저자인 성낙규 수필가를 처음 만난 날은 늦가을의 어느 토요일 오후였다. 함께 문학활동을 하는 최 시인과 평소 존경하는 우제봉 시인님과 함께 보령 성주산에서 열리는 제4회 성주산 시 낭송대회에 초청을 받아 가게되었다. 나는 야외에서 열리는 시 낭송 대회에 관심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출발을 했다.
  한국문인협회 보령지부에서 우리들에게 보령시내 한 음식점에서 함께 식사를 하자는 연락을 해왔고 우리들은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그 곳으로 향했다. 한 일식집에 도착해 평소에 교류가 있는 문인협회 보령지부회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함께 식사를 하다가 성낙규 수필가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때는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식사를 한 후에 성주산으로 향했다.  그 곳에 도착해서야 성 수필가는 그날 열리는 시 낭송대회의 심사위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3시간이 넘는 대회가 끝나고 다시 저녁식사의 자리에 함께 했고 그 자리에서 성낙규 수필가의 수필집 '마음의 정원'을 선물 받았다.
 책을 한 권 밖에 없어서 함께 갔던 두 시인에게는 미안했지만 내가 산문을 쓴다는 이유로 수필집을 선물 받았고 그 자리에서는 고마운 마음을 잘 표현하지도 못했다.

 
  책을 받은 후 이러 저러한 일로 읽지 못하다가 삼일이 되던 날 나는 첫 장을 열어 읽어보면서 신선한 전율을 느꼈다. 수필집에는 그녀의 일상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담담한 필체로 열어 가는 그녀의 문학 이력에 대한 이야기도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시립 도서관 소속의 주부문학회에 가입을 하면서부터 본격적인 문학적인 삶의 문이 열기 시작했다.
 가입 후 활동을 하면서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제 중고참이 되어서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펼치고 있다. 2004년 계간 '문예운동'을 통해서 등단했고 지난 9월에는 수필집 '마음의 정원'을 내게 되었으니 이제 그녀는 완전한 수필가이고 문학을 온몸에 붙잡고 있다고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녀의 이력은 글을 읽어 가는 중간 중간에서 묻어 나온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3년간 간호사로 근무를 한 후 귀국하면서 배낭여행으로 45일간 유럽을 여행한 경험이 수필에서 많이 나타난다.
 초등학교의 영어교사, '뉴스매거진' 기자를 거친 후 지금 그녀는 보령시청 영어통역사 문화유산 해설사로 근무하고 있다. 그녀가 겁 없이 유럽여행을 한 것도 자신의 언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녀의 그런 진취적인 모습을 만나며 나는 말없는 부러움을 느꼈다.

 
  '마음의 정원'은 제4부로 되어있다. 제1부는 선물 외 9편, 제2부는 커피, 그리고 인생 외 10편, 제3부는 파리로 가는 길 외 7편이 그리고 제4편은 사막에서 살아남기 외 8편이 실려있다. 그녀가 신문이나 문예지에 발표했던 작품들과 신작이 보석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녀의 수필은 많은 독서를 한 흔적을 품고 있다. 수필 속에서는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져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여행을 하면서 겪은 일들이 독자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하고 그 이상의 상상력을 동원하도록 만든다.

 
  고 이문구 소설가의 집필실에 들려서 다가오는 풍경들과 이문구 소설가의 작가정신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학기행 때 가 보았던 단층 파란 집이 눈에 들어왔다. '1987년 여름,영국'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그녀와 함께 따라다녔다.
 용산의 전쟁박물관에 들렸다가 영국여행을 회상하는 내용인데 기차를 잘 못 타서 런던에서 6시간이나 지난 시골 역에 내려 비를 맞으며 대합실에서 추위와 싸우다가 호텔도 찾지 못하고 역무원실에서 머물며 커피 한 잔을 얻어 마시며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가 6.25전쟁의 참전용사였다는 사실에 함께 전율했던 기억은 이미 내 몸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나는 수필집을 읽어가면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소설을 읽다가 밤을 새거나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때까지 움직이지도 않았던 기억이 있지만 수필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수필집에는 그녀다운 멋과 맛이 배어있다. '선인들의 독서법'을 읽으면서 머리를 끄덕이며 새로운 아니 내가 몰랐던 것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녀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글 속에 많이 담고 있다. 이것은 자신의 가슴속에 다른 사람들에 대한 애정을 품고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이화원을 여행할 때의 잊지 못할 가이드 이야기, 여행 중에서 만났던 휘파람 닥터 이야기, 일본어 강사인 l씨의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적인 이야기가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그녀의 수필 속에는 여행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45일 간의 유럽여행 그리고 중국 여행을 통해서 만나는 것들은 그녀의 글의 소제가 되어 나타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신인이 낸 수필집'이라고 생각으로 그들의 시각을 고정시킬지 모르지만 그것은 아니다. 수필을 읽어 내려가면서 끝까지 긴장을 한 것은 그리 많지 않은데 성낙규 수필가의 '마음의 정원'은 그러했다.
독서신문 1392호 [200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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