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각광받는 오디오북 현주소
미국에서 각광받는 오디오북 현주소
  • 관리자
  • 승인 2005.11.12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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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교 시간에 법률 서적을 오디오북으로 만들어 듣고 있는 미 버지니아주 조지 메이슨 대학 로스쿨에 다니는 지나 문. 책 내용을 읽어주는 ‘오디오북’이 미국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전문서적까지 ‘듣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직도 책을 읽으시나요?” 책을 ‘읽는’ 대신 ‘듣는’ 미국인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멀티미디어 시대로 접어들면서 책에 담긴 내용을 저자나 성우 등이 낭독,cd나 카세트 테이프,mp3 파일로 만들어 판매하는 ‘오디오북’이 늘어나는 세태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텍사스주에 사는 셀리 니컬러스는 대표적인 오디오북 마니아다. 그녀는 하루 종일 오디오북을 끼고 살다시피 한다.  
 
니컬러스는 운전할 때 자동차에 내장된 cd 플레이어를 통해 꼭 오디오북을 듣는다. 모르는 길을 가거나 차량 흐름이 복잡해 정신을 집중해야 할 때만 잠시 오디오북을 끈다.  

니컬러스는 혼자서 밥을 먹을 때도 mp3 플레이어를 통해 오디오북을 듣는다. 밥을 먹으면서 책을 듣는 즐거움이 커서 요즘은 혼자 밥을 먹는 빈도가 더 늘어났다고 한다.  드레스를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니컬러스는 일하면서도 오디오북을 듣는다. 복잡한 수치 계산이 필요한 도안 작업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오디오북이 들어간 cd를 켜놓는다. 집에서 청소나 세차를 할 때, 슈퍼마켓에서 쇼핑할 때도 물론 오디오북을 듣는다.  니컬러스는 또 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면 가끔씩 tv를 켜는 대신 mp3 플레이어를 오디오 기기에 연결시켜 듣는다. 편안한 의자에 앉아 좋아하는 책을 들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니컬러스는 “요약본으로 나오는 오디오북은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작가가 글을 쓰면서 심혈을 기울여 표현한 문구들을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오디오북을 듣다가 정말 필요가 없는 부분이 나오면 ‘빨리 돌리기’ 기능을 이용해 건너뛴다.

니컬러스가 처음 오디오북을 듣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다. 당시 직장 상사가 오더블이라는 인터넷 서점에서 150달러만큼의 책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상품권을 선물했던 것이다. 이 상품권으로 오디오북을 사기 시작해 벌써 128권의 오디오북을 모았다.

니컬러스는 “이제는 더이상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 직장 동료로부터 책을 선물받았지만, 그 책을 읽는 대신 오디오북 사이트에서 그 책을 mp3 파일로 구입해 들었다.

버지니아주의 조지 메이슨 대학 로스쿨에 다니는 지나 문(한국 이름 황지나)은 등교 시간에 늘 mp3 플레이어를 먼저 챙긴다. 그녀가 듣는 것은 음악이나 단순한 책이 아니라 법률서적의 오디오북이다.

지나는 “집에서 학교까지 걸어갈 때 20분, 돌아올 때 20분이 걸린다.”면서 “그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걷기만 한다면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나가 듣는 법률 오디오북은 대부분 학교에서 빌린 것이다. 로스쿨에서 법률 관련 자료가 담긴 cd와 카세트 테이프를 학생들에게 대여한다. 지나는 cd와 테이프를 mp3 파일로 바꿔서 듣고 다니는 것이다. 물론 법률 서적만 듣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딱딱한 법률과는 관계없는 ‘재미 있는’ 책들도 듣는다. 그러나 시험이 가까워지면 어쩔 수 없이 학과 관련 오디오북에 손이 간다고 한다.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사는 페기 베서니에게는 오디오북이 가장 가까운 친구라고 할 수 있다. 은퇴한 그녀는 정기적으로 집 근처의 알링턴 공공도서관에서 cd와 카세트 테이프로 된 오디오북을 빌려와 역시 mp3 파일로 전환해 듣는다. 베서니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면 cd와 테이프를 mp3 파일로 바꿔 듣는 것이 불법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베서니는 쉽고 편한 소설류를 즐겨 듣지만, 이따금씩 좀더 조용하고 진지한 느낌을 갖기 위해 달라이 라마의 저술도 듣는다고 말했다.  베서니는 자동차와 지하철, 비행기를 탈 때 오디오북을 듣고, 운동할 때도 꼭 mp3 플레이어를 챙긴다. 또 남편이 잠든 후에도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면 오디오북을 듣는다. 오디오북의 장점 가운데 하나가 책을 읽기 위해 불을 켜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옆에서 자는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몸이 불편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던 베서니에게는 누워서도 들을 수 있는 오디오북이 매우 실용적인 셈이다.

베서니는 요즘 일기를 쓰는 대신 블로그에서 하루 일과를 정리한다. 오디오북에서 들은 좋은 글귀도 이따금씩 블로그에 올리곤 한다.  베서니는 “미국인들은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오디오북이 발달한 것 같다.”면서 “한국 등 다른 나라도 교통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오디오북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알링턴도서관 관리자 리자 골드버그

미국 버지니아주의 알링턴 공공도서관을 방문하면 1층 출입구 왼쪽에 자리잡은 오디오북 열람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디오북 열람실에는 소설과 역사,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콤팩트 디스크(cd)나 카세트 테이프 형태로 진열돼 있다. 순수한 오디오북만 5000점이 넘고 영화 dvd, 비디오 등을 합치면 6000점이 넘는 시청각 자료가 이용객을 기다리고 있다.   알링턴 공공도서관의 관리자인 리자 골드버그는 “가장 인기 있는 오디오북은 부담없이 들을 수 있는 ‘킬링 타임’ 스타일의 책들”이라고 말했다.

오디오북을 자주 대여해 가는 이용객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주로 시간을 아끼는 사람들이다. 출·퇴근 때 운전을 하는 사람이 많고, 걷거나 조깅 등 운동을 즐겨하는 사람들도 많이 듣는다. 또 미술가 등 예술인들은 작업을 하면서 듣는다고 한다.

오디오북은 종이로 만든 책의 대체재인가.


버지니아주 알링턴 공공도서관을 찾은 시민들이 오디오북을 고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공공도서관에서도 오디오북을 빌려 준다.


-대부분은 책을 읽는 대신 오디오북을 듣는다. 그러나 읽었던 책을 오디오북으로 다시 듣는 경우도 있다. 느낌이 좀 다르다고 하더라.

오디오북의 주 독자층은.
-연령층이 따로 없다. 우리 도서관에도 어린이를 위한 오디오북 코너가 별도로 설치돼 있다. 어린이용이나 성인용 모두 인기가 좋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달라진 점은.
-원래 오디오북은 시각장애인을 위해 개발됐다. 그러다 편리함이 알려지면서 사용층이 확대된 것이다.10년 전만 해도 오디오북은 대부분 카세트 테이프였다. 지금은 거의가 cd 형태로 나온다. 몇몇 도서관에서는 mp3 파일로 다운로드 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들었다.

또 10년 전에는 오디오북이 대부분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낭독한 요약본이었다. 요즘은 책 전체를 다 읽는 비요약 오디오북이 대세다.

요즘 인기 있는 오디오북은 어떤 것들인가.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가장 인기 있다. 또 존 그리샴의 작품은 늘 애호가가 많다. 이밖에 스티븐 킹, 패트리샤 콘웰, 폭스 스팍스 등 인기 작가의 오디오북을 도서관 이용자들이 많이 찾는다.

■ 오디오북 사업 현황

미국의 각종 도서관과 반스 앤드 노블, 보더스 같은 대형 서점을 가보면 오디오북 진열대가 따로 있다.
오디오북 진열대에는 주로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랐던 서적의 cd와 카세트 테이프가 꽂혀 있다. 워싱턴 시내에 자리잡은 ‘보더스’ 매장 관리자는 “cd나 카세트 테이프로 된 오디오북의 구입자는 주로 자가용을 운전하거나 지하철·버스·기차로 통근하는 직장인”이라면서 “이 때문에 시내보다는 이들이 거주하는 교외지역에서 오디오북이 더 많이 팔린다.”고 설명했다.

또 오디오북은 단순히 책의 내용을 낭독하는 것 말고도 필요에 따라 음향효과도 삽입할 수 있기 때문에 책을 듣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흥미를 유발하는 기능도 있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와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도 오디오북은 거래가 많은 상품이다.


최근에는 mp3 플레이어가 대중에게 보급되면서 인터넷에서 오디오북을 mp3 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유료 사이트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곳이 지난 97년 설립된 오더블(www.audible.com)이다. 오더블은 135개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 오디오북을 인터넷에서 판매한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 한 권을 다운로드 받는 가격은 비요약본이 28.91달러(약 2만 9000원), 요약본이 18.17달러(약 1만 9000원)이다. 비요약본의 경우 오디오북의 총 낭독 시간이 15시간53분.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하루 안에 다빈치 코드를 독파할 수 있는 것이다.

다빈치 코드 이외에 오더블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오디오북 가운데에는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자서전 ‘마이 라이프’, 빌 브리슨의 과학서적 ‘거의 모든 것의 간단한 역사’, 한국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됐던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가 포함돼 있다.

오디오북이 인기를 끌면서 특정 분야를 파고드는 오디오북 사이트도 생겼다.1990년부터 미국 명문대학의 강의를 cd 등에 담아 판매하던 ‘티칭 컴퍼니’는 최근 일부 강의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추가했다. 스탠퍼드대학 티모시 테일러 교수의 경제학 강의는 20개의 cd가 69.95달러(약 7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기사는 서울신문 워싱턴특파원 이도운님이 작성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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