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40년 범우사 윤형두회장
출판40년 범우사 윤형두회장
  • 관리자
  • 승인 2005.11.12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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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을 위한 출판주의자

▲ 윤형두 범우사 회장


 국내의 대표적인 출판사중 하나인 범우사에는 조그만 변화가 있었다. 지난 66년 범우사가 태어난 이래 40여 년간 출판현장을 진두지휘하면서 범우사를 이끌던 윤형두사장이 회장으로 물러나면서 윤재민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범우사를 전면에서 이끌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 출판계의 거목 윤형두 회장. 그는 어린 시절부터 처절한 현실과 맞부딪치며 살아온 사람이다. 일제의 땅에 서 초등학교에 들어가 마늘 냄새 때문에 수모를 겪어야 했고, b29의 폭음에 쫓기며 현해탄을 건 너와야 했던 상처받은 소년이었다.

 고국 땅 남쪽 하늘 밑 돌산(突山) 바닷가에서 그는 해일(海溢)만큼이나 거센 현실의 광란을 체험 하였고, 6·25전쟁 후의 무작정 상경 이후에는 더욱이나 황량한 세태와 싸워야 했다.

 그의 괴로움은 대단했지만 결코 좌절하지는 않았고 또 야합(野合)하지도 않았다. 1971년의 ‘월간 《다리》지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는 등 갖가지 수난 속에서 그는 오히려 강인한 야인의 모습을 확립해 나갔던 것이다.

 윤형두란 존재의 길이 그랬듯이 범우사의 길 또한 험난의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때 없이 당하는 세무사찰이며, 압수당하는 출판물들, 동업계간의 갈등에서 모함 당하던 일들은 범우사의 존재를 오히려 뚜렷이 해주는 결과를 가져왔고, 독자로부터의 소리 없는 지원과 기대가 성장과 성숙을 이룩한 원동력이었다. 독자들로 알고 있듯이 '에세이 문고'는 이 땅에 에세이문화를 심은 범우사의 상징물이다.

 윤형두는 ‘범우사’란 이름으로 세계 명작에서부터 작은 실용서에 이르기 까지 숱한 종류의 책, 우리가 어떤 의미로든 ‘책’이라 부를 수 있는 각양의 책들을 많이도 간행했다. 무려 4천여 종이 넘는 책들을 발간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윤형두는 단순히 책 발행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는 한국 출판의 기념비적인 도서의 발간에도 관심을 갖고 거금을 쾌척하여 한국문화사 연구를 위한 필수적 자료집인 <한국의 고지도>, <겸재 정선 진경산수화>,<한국의 전적인쇄사> 등 대형타블로이드판의 계속적인 간행으로 범우사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91년 1억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범우출판장학회를 설립 해마다 장학금을 수여는 등 장학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출판을 위해 미친 듯이 살아온 출판외길의 40년이다. 이러한 그에 대해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인 김병익(출판인, 문학평론가)씨는 ‘출판을 위한 출판주의자’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 출판계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출판인·수필가·대학교수. 월간 「신세계」의 견습기자로 출발해 고서점 경영을 거치면서 출판계에 입문, 질곡의 현대사만큼 그의 인생 역시 곡절과 부침(浮沈)이 많았지만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책」만을 지켜온 출판인 윤형두.

 최근 『한 출판인의 일본 나들이』란 책을 저술하고 남북 출판교류사업을 위해 뛰고 있는 등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그를 보노라면 실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범우사란 부담을 덜어버리고 출판계의 발전을 위해 굳은 일도 마다하지 않는 노출판인의 모습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저번에 『한 출판인의 중국 나들이』를 쓴데 이어 이번에는 『한 출판인의 일본 나들이』란 책을 저술하였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출판인들이 외국에 다니면서 써낸 체험기나 여행기가 없다보니 내가 내놓으면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출판인이 외국의 출판시장을 적은 글을 책으로 쓴다면 당연히 출판계에 종사하거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 때문이다.
 
 출판계에 몸담은 지 40년이 넘었는데 처음 출판사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 과거 군부독재시절 어울렸던 분들이 모두 민주화운동과 관련 구속되는 일들이 있었고 본인도 그러한 일과 연관되어 구속된 아픔이 있었다. 그러다가 민주화운동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됐다.
즉 책을 통해 국민의식을 높여서 민주화를 시키겠다는 생각을 했다. 국민들이 책을 10권씩만 읽는다면 민주화는 자동으로 된다. 무지의 탈피가 곧 민주화이기 때문이다.
 
 지난 66년 8월 출판사를 첫 등록한 이후 벌써 40년이 지났다. 그동안 범우사가 출간한 책들은 얼마나 되는가.

 - 범우사가 그동안 발간한 책들은 대략 4천여 권쯤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범우사는 그동안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양질의 도서를 국민들에게 보급한 다는 신념을 가지고 스테디셀러 개념의 과수식 출판을 지향하고 있다. 더불어 사회에 공헌을 위한 비석식 출판의 책들의 발행에도 노력하고 있다.
 
 최근 국내 출판계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매출이 줄어드는 등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 이 문제는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 출판인 스스로 출판시장 확대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자성이 필요하다. 즉 독자창출을 얼마나 했느냐 만들어진 독자들만 뺏어 먹으려고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이다.

 주변여건도 문제다. 우리나라 학교는 양호선생은 있으나 사서선생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일본은 양호선생은 없을지라도 사서선생은 먼저 둔다. 우리도 이처럼 육체적인 병의 치유보다는 정신적인 병의 치유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 것이다.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우리가 주빈국이지만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

 -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을 자꾸 예로 들어서 그렇지만 출판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일본은 지난 90년 프랑크푸르트 주빈국 선정을 계기로 ‘아침 10분 독서운동’ 등을 범국가적 차원에서 전개하면서 독서 붐을 일으켰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이를 전혀 독서활성화에 연계를 못시키고 있다. 독서운동은 어느 한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출판계, 그리고 국민모두가 하나가 됐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윤형두
72년 월간 <수필문학>을 통해 문단에 등단
대한출판문화협회 부회장, 한국도서유통협의회 회장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언론학회 이사
현 종합출판 범우사 회장, 한국출판학회 명예회장
88년 대통령상 95년 국민훈장 석류장 수여
<넓고 넓은 바닷가에> <출판물 유통론>외 다수

독서신문 1390호 [2005.10.16]                                        김경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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