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과 복지 포퓰리즘
무상급식과 복지 포퓰리즘
  • 조석남
  • 승인 2011.07.1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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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석남 편집국장     ©독서신문
[독서신문 = 조석남 편집국장] 정치권을 넘어 범사회적인 이슈로 떠오른 서울시 무상급식 찬반투표가 8월 말에 실시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7월 13일 민선 5기 취임 1주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좁은 의미로 볼 때 무상급식 실시에 대한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지만 정치권이 앞다퉈 인기영합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초유의 여소야대 속에 다수결이 어느새 횡포의 논리가 됐고, 무상복지 포퓰리즘이 나라의 곳간을 비우고 대한민국 민주주의 발전을 가로막으려 한다"면서 "망국적 유령인 복지 포퓰리즘을 넘어서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강변했다.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등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각 당의 이해관계를 둘러싼 공방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이에 대한 국민들의 입장차도 갈수록 커져 자칫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조짐이다. 본래 포퓰리즘은 정치적 이해관계나 정파에 상관없이 일반 대중을 대변하려는 정치 소통을 의미했으나, 지금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한 정치권의 인기영합적인 행태, 즉 '표(票)퓰리즘'의 성격이 강한 것이 사실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이 빚어낸 부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각종 개발공약 이행으로 부채 125조원, 하루 이자만 100억원이 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꼽을 수 있다. 전 정부때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과 세종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과도한 개발사업을 벌인 결과, 기업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결국 lh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무상급식과 반값 등록금도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무상급식 정책의 폐해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당초 올해 교육환경 개선사업 예산으로 1207억원을 책정했으나 무상급식 때문에 260억원을 삭감했다. 이로 인해 32개교의 보수공사가 취소됐으며, 492개교는 공사비가 절반으로 줄었다. 넉넉한 가정의 자녀들까지 포함된 일률적인 무상급식을 위해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가 희생되는 것이다.
 
포퓰리즘(populism)을 우리는 보통 '인기영합주의', '대중추수주의'로 번역한다. 비현실적인 선심성 정책을 내세워 일반 대중을 호도한다는 부정적 의미다.

하지만 포퓰리즘의 어원이 되는 라틴어 '포퓰러스(populus)'는 '대중', '민중'이라는 뜻이다. 이를 직역하면 '대중주의', '민중주의' 정도가 된다. 즉 '대중의 뜻을 따르는 정치행태'라는 점에서 결코 부정적인 의미로만 보기 어렵다. 다수의 지배를 뜻하는 민주주의(democracy)도 실은 포퓰리즘과 맥을 같이 한다.

영국의 롱맨 사전은 '포퓰리스트(populist)'를 '부자나 지식인보다는 보통 사람들을 대변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우리와는 달리 가치중립적이다.

기록상 서양에서 포퓰리즘이 처음 등장한 것은 기원전 2세기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호민관이던 그라쿠스 형제가 개혁을 위한 지지 확보를 위해 시민에게 땅을 나눠주고 옥수수도 시가보다 싸게 팔았는데 이것이 포퓰리즘의 기원이 된다는 설이다.

근대적인 의미로 보자면 1870년 러시아에서 전개된 '브나르도(인민속으로) 운동'을 포퓰리즘의 시초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어원으로 보자면 1891년 미국에서 결성된 국민당(people's party)이 당원들을 '포퓰리스트'라고 부른 것이 뿌리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포퓰리즘이 우리에게 부정적 의미로 각인된 것은 남미 때문이다. 1950년대 아르헨티나의 후안 페론과 그의 두 부인 에바와 이사벨은 노동자와 빈민을 위한 정책을 편다는 명분으로 대책 없이 국고를 탕진해 결국 아르헨티나 경제를 망가뜨렸다. 역사상 소득 분배와 산업화가 가장 활발한 시기였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페론 정권은 결국 후대에 국민을 위한 복지 확대를 포퓰리즘이란 이름으로 비난하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제기한 복지정책의 연간 재정 소요액은 41조원에서 60조원에 이른다. 이는 올 예산의 5분의 1에 달해 정치권의 선심성 정책에 집행되기에는 너무 큰 규모다. 정치권은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포퓰리즘 정책의 한계와 부작용을 깨닫고 장기적인 재정계획과 우선순위를 고려한 정책 마련에 고심해야 한다. 한정된 재정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혹자는 "세금을 좀 더 걷어서 모두에게 다 나눠주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세수 증대를 위한 현실적인 수단과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뒤따르지 못하면 허구에 그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다는 복지정책의 본래 취지를 살려 사회구성원 모두가 복지정책의 수혜자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사람들이 더 큰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인 재정확보 방안도 없는 각종 선심성 복지정책의 남발은 막아야 한다. 이익집단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방만한 복지정책으로 결국은 국가부도 사태를 맞이한 그리스가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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