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와 원융의 시학 최영규
경계와 원융의 시학 최영규
  • 관리자
  • 승인 2005.11.1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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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규 시인     © 독서신문
◎서정성이 가미된 경계와 원형의 산물
서정성이 물씬 풍기는 작품들을 주로 다뤄온 시인 최영규(48세). 그는 생과 사의 신비에 대해 절묘한 탐구를 한 「부의」라는 시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다. 등단작 이후 그의 시세계는 전통적인 것, 자연 그대로의 것, 고향 언저리의 것들에 대한 탐색으로 진행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정보전쟁, 속도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시적 삶에 지친 시인은 문안산·마유산·덕항산을 오르기도 하고, 신복리·용진나루 등 고향 언저리를 찾아가기도 한다. 그의 작품들이 서정성을 띠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의 시적 공간에는 우리가 그동안 주변에서 흔히 보아온 사물들로 가득하다. 거기에는 고유명사에 해당하는 지명과 초목 그리고 시골 장터와 그 장터를 기웃거리는 인물, 농경과 산업사회의 경계에서 어느 쪽으로도 마음 두지 못하는 인물 등이 두루 포함된다. 그렇기에 우리의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는 옛 풍경과 현재의 일상, 그리고 그 경계가 존재한다.
그는 사물의 본성과 그것을 드러내는 언어를 탐색하며 사물을 단순한 경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충전되는 정의 언어적 탐색까지를 중시한다. 최영규의 시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눈은 주체의 것이지만 그 주체는 전도되어 대상이 될 수도 있고 대상이 주체가 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문학평론가 이종대씨는 그의 시를 경계와 원융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순환과 인연의 너른 세계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부의」는 순환과 인연의 너른 세계를 보여주는 시로 삶과 죽음에 대한 자연의 질서를 서늘한 감동과 함께 제공하고 있다. 부의는 사자(볬)의 여비이기도 하고 그를 보내는 의식에 사용되는 경비이기도 하다. 그 부의를 넣을 봉토 속에서 발견된 채송화 씨앗과 부의는 각각 생명과 죽음을 표상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이고 그 충격은 삶과 죽음에 대한 통찰력에 근거한다. 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경험은 화자의 내부에 따로따로 축적되어 있다가 그 이질적 경험들이 모여 새로운 인식,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초월적인 경지에 도달한다. 더욱이 그들이 한 봉투 안에 담겨진다는 것은 한순간에 삶과 죽음을 하나로 묶는 힘을 발휘한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관념적 인식의 구체화. 이에 대해 이종대씨는 “시인이 응시를 통하여 현상적, 이지적, 감정적 등의 경험적 요소를 융합하여 사물과 그 사물을 담는 세계가 하나라는 것을 터득한 결과”라고 말한다.
「부의」가 자연의 질서에 대한 순응을 제공하고 있다면 「복제에 대하여2」는 자연의 질서와 원리를 거역하는 세계의 폭력을 조용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부의」에서 씨앗의 존재 이유가 자신 안에 담겨 있는 우주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는데 있다면 이 시는 그 씨앗의 생성을 억제하는 정도가 아니라 그 존재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세계의 정체를 강력한 생명력과 대비시켜 상기시키고 있다.
이 때문에 이종대씨는 「부의」가 자연이 지닌 질서의 아름다움과 영원함을 그리고 있다면 「복제에 대하여 2」는 거역하고 싶은 인간질서의 비정함을 폭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밝고 희망적인 시를 노래하고 싶다”
중학교 3학년 작문시간에 「겨울」이란 제목의 시를 써서 잘 썼다는 칭찬을 받고 시에 대해 흥미를 느끼게 됐으며 백일장에 나가 상도타고 문예부활동을 하면서 문학도를 꿈꾸게 됐다는 최영규시인. 그는 젊은 시절 주로 습작활동을 하다가 35세 때 박재천선생의 문하사숙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펼치게 된다.
이어 39세 때인 지난 96년에 「부의(l)」란 시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시인의 길을 걷게 된다. 봄과 관련된, 자연에 관한, 순수문학 쪽인 아름다운 세상에 대해 노래하고 싶다는 시인은 산을 좋아하고 그래서 밝고 희망적인 소재를 그 대상으로 한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가치관의 상실이 극에 달한 이때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정서순환과 인간성 회복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는 것이 작가의 책임이라는 최영규시인. 그래서 그의 시편들은 사물과 세계에 대한 응시와 탐색이 빛나고 그것을 드러내는 형식미학을 추구하고 있다.
10남매중 막내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주로 친가와 외가가 있는 강원도에서 보냈던 것이 시작활동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인은 연말정도에 2집을 발표할 예정이다. “시집을 내야한다는 강박관념을 갖는 자체가 글 쓰는 행위와는 구분돼야한다”고 부담스러워하는 그의 2집이 기대된다.
 
  최영규
57년년 강원도 강릉 출생
경기대 경제학과 졸업
9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의」로 등단
현재 <시천지> 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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