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영화리뷰 -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 윤빛나
  • 승인 2011.06.08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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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그런 변호사와 비싼 링컨 차의 상관관계
[독서신문 = 윤빛나 기자] 영화 <타임 투 킬>에서 노리개 취급을 당하고 비참하게 버려진 가여운 흑인 여자아이를 위해 감정적이면서도 냉철한 변호를 펼치는 변호사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매튜 맥커너히가 또다시 변호사로 돌아왔다. 허나 이번에는 속물 끼가 가미됐다.

영화 속 변호사라 하면 지나치게 선해서 관객들의 눈물을 짜내는 데 한 몫 하거나, 아니면  악당에 가까운 범법 행위를 저지르며 현실과의 경계를 흐리게 하기도 하지만 미키 할러(매튜 맥커너히)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서서 사건을 관망한다. 그렇지만 밉지 않다. 분명 돈 되는 사건을 밝히는 속물이지만, 억울한 의뢰인이 최악의 형을 받는 것은 막으려 하고, 주변의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인간적인 변호사이기 때문에 일단 관객들을 그의 편으로 만드는 데에 무리가 없다.

 
▲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스틸컷     ©독서신문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범죄 스릴러의 거장 마이클 코넬리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이 소설은 권위 있는 문학상 셰이머스 상과 마카비티 상을 수상하고 애드거 상과 앤서니 상 후보에 오르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으로, 저자 마이클 코넬리가 퓰리처상을 수상했던 기자 경력을 살려 5년간의 실제 취재 끝에 완성한 지적 공방과 촘촘한 구성이 인상적이다. 영화 또한 원작의 큰 틀을 잃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추리할 거리를 던져 준다. 승부가 예측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이미 대부분의 관객들이 미키 할러의 편에 선 이후이기 때문에 이 단점은 장점으로 승화된다.

 
▲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스틸컷     © 독서신문


변호사 미키 할러는 '링컨 컨티넨탈' 이라는 차를 타고 다닌다. 이 차는 대통령들의 의전 차량으로 사용되는 미국 최고급 자동차다. 미키 할러가 그만큼 잘 나가는 변호사는 절대 아니고, 오직 돈이 되는 의뢰인을 낚기 위한 일종의 미끼다. la 뒷골목 범죄자들을 변호하며 근근히 살아가는 중이라 집세 낼 돈도 없으면서 부의 상징인 최고급 자동차만 고집하는 미키 할러는 그야말로 허세의 표본이다. 하지만 링컨 컨티넨탈의 뒷자석은 뒷골목 범죄자들 사이를 오가며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한 번에 5~6건씩이나 처리해야 하는 미키 할러에게는 꽤 이상적인 사무실이다. 동시에 관객들에게 주인공의 캐릭터와 스토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개체이자, 변호사라는 직업의 모순되고 복잡한 특성을 암시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어느 날, 할리우드의 부동산 재벌 루이스 룰레(라이언 필립)가 강간미수 폭행사건에 휘말려 미키 할러를 변호사로 선임하고 싶어한다. '큰 것 한 방'을 노리는 미키 할러는 당연히 루이스 룰레의 변호를 맡게 되고, '레지나 캄포 폭행 사건'에 개입한다. 그는 증거수집을 위해 사건을 조사하면서 점점 15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혀 있는 한 의뢰인의 사건 '렌테리아 살인 사건'과 유사점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스틸컷     © 독서신문


초롱초롱한 눈으로 결백의 냄새와 돈 냄새를 풍기던 루이스 룰레는 사실 두 사건의 진범이었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미키 할러는 의뢰인을 변호하며 변호사의 임무를 다하는 동시에 그가 살인사건의 범인임을 증명해 과거 자신의 실수까지 만회하려 한다.

현재와 과거의 두 사건이 치밀하게 얽히면서 관객들의 지적 호기심은 최고조에 달하고, 미키 할러는 '자백'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쥐고 있지만 '변호사의 비밀유지특권(변호사가 의뢰인과 나눈 정보는 공개되지 않고 비밀로 해야 하며, 이는 증거로도 채택될 수 없다)'이라는 사법제도의 장치 때문에 증거를 이용할 수 없기는 물론이거니와 이 살인마를 변호까지 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인물 관계도     © 독서신문


영화는 흥미진진한 동시에 무난하게 흘러간다. 강한 임팩트나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의 진박감은 없지만, 얼키고 설켜 자칫 복잡할 수 있는 인물들과 사건의 관계가 관객이 그다지 머리를 굴리지 않아도 흐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부드럽게 흘러 간다. 희생자들이 등장할 때마다 과거로 시간을 돌리는 타임 오프 방식도 눈여겨 볼 만 하다. 현재 화면의 한 사물을 매개로 화면이 전환되는 방식은 확실히 몰입도를 높인다. (예컨대 와인잔이 놓인 테이블 아래로 카메라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그 곳에서부터 과거 화면이 재생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관성을 찾아 내 추리해야 하는 영화의 성격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스틸컷     © 독서신문

실제 변호사를 꿈꾸던 법학도였던 매튜 맥커너히의 농익은 변호사 연기도 합격점이다. 15년 전 연기했던 풋풋한 신참 변호사에 비해 한층 인텔리의 향기를 풍기며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이중성을 소화해 냈다. 배우, 프로듀서, 작가로도 활동 중인 라이언 필립의 악역 연기도 인상적이다. 두 배우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도 첨예한 끈을 놓지 않고 영화의 주축을 이루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을 중심으로 지켜보는 것도 영화 감상의 재미를 높여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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