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던적 삶의 새 방법 창출
어부사(漁父詞) 갈정웅
이 시대의 가장 깊은 곳에서 건져 올리는
싱싱한 단어(單語)
우리의 g.n.p.
시장끼를 느끼는 아침이면
모두들 잘 짜여진 그물을 챙겨 들고
일몰(日沒)의 바다로 돛을 올린다
물때를 기다리며
시대의 파고(波高)를 나무라며
열심히 투망질하는 하루
생활의 그물에 걸려드는 건
바람과 욕심의 거품들
선량한 팔뚝마다 억센 힘줄이 선다
귀가길에 우리는 어획고를 셈해 보며
먼 이정(里程)
그 너머 끝없는 꿈을 낚기 위해
다시 내일의 출어를 준비하며
자잘한 시간의 그물코를 손본다
이해와 감상
갈정웅 시인의 [어부사(漁父詞)]는 현대시가 과연 무엇을 써서 새로운 21세기에 대응할 것인가를 텍스트로 보여준 역작(力作)이다. 돛을 달고 노를 저어 물고기를 잡던 시대의 ‘어부사’로서는 남태평양이며 북양으로 대형 원양선을 달리는 인터넷시대의 우리가 ‘월스트리트’와 파고(波高)를 다툴 수 없다. 필자는 오랫동안 ‘포스트모던’의 빼어난 시가 우리 시단에서 많이 창작되기를 기다려 왔다. 우리 한국시가 세계속에 두각을 보이기 위해서는 지구인과 함께 숨쉬는 지성적 공통분모의 감각과 참신한 정서의 표현미를 형상화시키지 않아서는 안될 것이라는 것을 새삼 각성시키고 있는 작품을 이제 새로히 대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깊은 곳에서 건져 올리는/싱싱한 단어(單語)/우리의 g.n.p.”(제1연)에서 이 g.n.p.”라는 이 시대의 새로운 시어는 가장 감각적인 삶의 상징어(象徵語)가 아닐 수 없다. ‘보릿고개’가 20세기 중반까지의 우리의 시어였다면 오늘의 치열한 국제 경쟁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새시대의 세계적인 한국시문학도 국제적인 사조와 함께 숨쉴 수 있는 작품세계를 [어부사]에서 처럼 활발하게 전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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