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국가를 다스려야 하는가?
누가 국가를 다스려야 하는가?
  • 김성희
  • 승인 2011.05.03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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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학 개론 - 『국가란 무엇인가』(유시민 著, 도서출판 돌베개)
[독서신문 = 김성희 기자] 오늘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다른 모든 국민국가가 그런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바친 열정과 헌신, 눈물과 희생의 산물이다. 나는 대한민국이 더 훌륭한 국가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애썼으며 앞으로도 할 수 있다면 그 무엇이든 하고 싶다. 그렇다면 어떤 국가가 훌륭한 국가일까? 나는 ‘사람들 사이에 정의를 세우고 모든 종류의 위험에서 시민을 보호하며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게 행동하는 국가’가 훌륭한 국가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국가 없이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기에, 사람들은 묻고 시도하고 좌절하고 또 도전한다. 도대체 국가란 무엇인가? 누가 국가를 다스려야 하는가?

                                                                                                                     - 저자 서문 중에서
 
철학자와 정치이론가들은 일찍부터 국가가 무엇이며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탐색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은 다른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그 본질이 무엇이든 국가는 이미 존재하고 있고, 아무리 원해도 그 본질을 바꾸기는 어렵다. 게다가 국가는 직접 행동하지 않는다. 정부가 행동한다. 더 정확히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행동한다. 즉, 국가의 의지는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행동을 통해서 표현되는데, 국가권력을 실제로 행사하는 사람이 어떤 생각, 소망, 의지를 지녔는가에 따라 통치를 받는 대중의 삶은 크게 달라진다. 따라서 사람들의 관심이 '누가, 어떤 사람이 국가를 운영해야 하는가?'란 질문으로 향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일이다.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 이것은 어떤 사람이 다스려야 좋은지, 가치판단을 묻는 규범적 질문이다. 이 질문은 물리력 또는 완력이 권력획득의 중심요소였던 시기에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플라톤과 맹자가 대답했다. 플라톤은 "철학자가 왕이 돼야 한다"고 했고, 맹자는 "덕이 있는 자가 왕이 돼야 한다"고 했다.
 
"철학자가 왕이 돼야 한다"는 플라톤의 주장은 '목적론'이란 철학에 기초를 두고 있다. 플라톤은 만물에는 모두 그 고유의 '텔로스(telos, 목적)'가 있다고 생각했으며, 플라톤이 생각한 국가의 텔로스는 바로 '정의'였다.
 
플라톤은 국가가 자기의 텔로스를 실현하려면 국가 주권을 철학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철학자는 단순히 철학을 탐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 '선'인지, 무엇이 '정의'인지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즉, 학식의 지배 또는 현자의 지배(sophiracy)를 말한 것이다. 그는 완력이 권력의 주된 원천이었던 시대에 학식의 지배를 요구한 것인데, 이는 지식과 지혜가 모자라면서도 완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휘두른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반면 맹자는 플라톤과 달리 지식의 지배가 아니라 덕의 지배를 요구했다. 맹자가 말하는 '덕'은 다른 사람의 고통을 함께 느끼는 '측은지심', 나와 타인의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수오지심', 사랑과 정을 다른 사람에게 적절히 표현하는 '사양지심', 그리고 그런 마음을 때와 장소에 따라 어떻게 드러내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시비지심'이다.
 
맹자는 이런 네 가지 마음을 갖춘 군자가 왕이 돼 무엇보다 먼저 백성의 경제생활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했다. 즉, 백성들의 물질적 삶을 풍요롭게 하고 인의로 사람을 대하는 '덕치'만이 군주가 성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지식과 지혜를 가진 철학자가 다스려야 한다는 플라톤의 주장이 순수한 당위론인 것과 달리, 덕을 갖춘 군자가 다스려야 한다는 맹자의 이론은 당위론인 동시에 관찰과 경험에 토대를 둔 현실적 국가론이었다. 통치자의 개인 능력만이 아니라 그의 지도력에 대한 대중의 승인이 국가권력의 정통성과 안정성을 좌우한다고 본 것이다.
 
플라톤과 맹자의 국가론은 서로 다른 점이 많지만 한 가지는 같다. 바로 목적론적 국가론이란 것이다. 그들에게 국가는 선과 정의, 덕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며, 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국가는 안정되고 통합된 국가일 수 없다. 목적론은 철학의 발전 초기 단계에서 널리 통용되던 관념론이다. 개체발생은 계통발생을 반복한다는 생물학 법칙을 적용하면, 목적론은 지성이 아직 제대로 발달하기 전인 어린아이들이 애용하는 사고방식이다. 한때 이런 유머가 유행한 적이 있다. 아이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고 한다.
 
"엄마는 내게 밥을 해주기 위해서, 강아지는 나와 놀아주기 위해서, 냉장고는 시원한 음료를 주기 위해서 있다. 그런데 아빠는 내게 해주는 것이 없다.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
 
'정의'를 넘어 '국가'로
 
작년 한 해를 뜨겁게 달궜던 '정의 열풍'과 '복지국가' 논쟁’을 거쳐 올해부터는 우리 사회 담론이 서서히 '국가'로 옮겨오고 있다. 유시민은 2009년 '용산참사'를 계기로 국가의 역할을 고민하게 되면서 인류 지성들이 남긴 국가에 대한 고전을 탐독했고, 훌륭한 국가는 무엇보다 '정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믿음이 확고해졌다고 했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그런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지 독자제현들과 더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됐다고 전한다.
 
‘국가란 무엇인가’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로크, 홉스, 마키아벨리, 마르크스, 스미스, 포퍼, 하이에크, 소로 등 고전적 저작은 물론 김상봉, 박명림, 이남곡 등 국내 최근작까지 두루 살피며 다양한 국가론의 기원과 이념적 갈래를 면밀히 고찰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의 국가론을 분석, 조명해 '정의로운 국가' 수립의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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