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장르의 새로운 개척을 시도하다
문학장르의 새로운 개척을 시도하다
  • 김경배 기자
  • 승인 2007.06.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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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숙 작가, 자전적 퓨전소설집 『순간』펴내
포스트모더니즘이 문학의 주류로 자리 잡은 가운데 국내 소설계에서는 새로운 문학장르의 개척을 시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김다은 교수(추계예술대)는 기존 소설의 틀을 벗어나 서간문 형태의 소설집인『이상한 연애편지』와 『작가들의 연애편지』를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또 최근에는 소설가 주영숙이 시와 소설, 수필, 편지, 동화, 일기, 평론과 논문, 신문기사, 숙제로서의 리포트, 숱한 인용과 각주를 모두 사용해 글을 풀어나가는 자전적 퓨전소설집 『순간』을 선보여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작가 주영숙     © 독서신문
기존 틀을 파괴한 자전적 퓨전소설
그가 최근에 선보인 소설 『순간』을 어떻게 정의해야할지 곤혹스럽다. 소설, 시, 평론, 편지, 당선소감까지 작가의 모든 문학적 성과물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 보니 어느 장르로 분류해야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소설집이면 소설집, 평론집이면 평론집, 수필집이면 수필집, 이렇게 명료하게 구분, 정리하여 책을 꾸민다면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주영숙은 그러한 기존 틀을 파괴하고 이를 하나로 뭉퉁거렸다.
“저는 주제넘게도 포스트모더니즘, 즉 퓨전 식의 작품을 지향하는 편이죠. 딴에는 열린 문학, 또는 열린 예술학을 추구하기도 합니다.”라는 그의 말에서 무언가 새로운 시도의 기운을 느끼게 된다. 즉 지금은 21세기이니 20세기 문학하고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예술적인 재질을 타고 난 것 같다. 시집을 여러 권 낸 시인이며 그림도 수준급이다. 동화와 소설도 쓴다. 글로 쓰는 모든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이 소설집은 그의 이와 같은 문학적 성과물을 모아놓은 일종의 자전적 소설이다.
내 땅 마련의 꿈을 그린 「불 꿈」, 소설가의 길로 접어들게 만든 고등학교 국어선생님과의 만남을 그린 「가슴에 스민 사랑」, 다른 사람에게 그려준 그림으로 인해 생긴 어처구니없는 일을 그린 「달 구름 파도, 그리고 송학도」에서 작가의 삶의 편린을 읽을 수 있다.
또 이문구의 소설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를 평한 「원형구도와 소태맛의 소설미학」, 시인 이승하론인 「광기의 나날과 아픔이라는 꽃」을 읽으면 뛰어난 평론가로서의 안목을 엿보게 한다.
이밖에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이 실상은 개동백꽃(생강나무꽃)이라는 것을 밝혀 낸 그의 논문 「고흐의 노란 해바라기와 첫사랑 리포트」는 그의 빼어난 관찰력을 보여주며 그를 이끌어준 두 개의 큰 기둥인 이문구, 구상 선생에 대한 글 「두 하늘에 띄운 편지」, 진정한 쾌락이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하는 「쾌락과 좌절의 순간」도 돋보인다.
 
▲     © 독서신문
도식적인 삶을 거부한 주영숙
주영숙의 삶은 분주하기 그지없다. 시인으로 소설가로 평론가로 화가로 전통공예가로. 남들은 하나도 하기 힘들다는 예술가로서의 삶을 전부 다 소화해 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도식적 일상을 거부한다.
그의 예술가로서의 삶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그가 장애를 극복한 인간승리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3살 적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를 잘못 쓰는 장애를 안고 있는 그는 그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오늘에 이른 것이다.
그가 시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것은 중학교 다닐 무렵이다. 당시 문학소년 소녀들에게 날리던 잡지 <학원>에 「그리움」이 실리면서이다. 추리소설 「괴도 루팡」을 읽으면서 소설가가 되기로 작정한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그는 그림에 미치기 시작한다. 그래서 화가가 되기로 한다.
그러나 그는 어떻게 될 수 있는지 방법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주영숙은 가장 먼저 동네 아줌마가 되고 만다. 그러나 그의 가슴은 나이를 먹고 세월이 지날수록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타오른다. 그래서 다시 묵혀두었던 붓을 꺼내고 원고지를 펼친다.
순전히 독학이었다. 후원자가 있었다면 남편과 아이들이었다. 가족들만이 응원을 보내주었을 뿐이다. 결국 그러한 노력이 오늘의 주영숙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소설가라는 호칭을 부끄러워한다.
“소설가라는 직업이 그리 쉬운 것인 줄 아느냐. 만물박사가 되어야 하는 것은 물론, 일류에서 사류 인생까지도 살아보아야 되느니라.”는 아버지의 말씀 때문이다.
 
사설시조 형식의 소설 구상 중
주영숙. 그는 요즘 한국문학에서 사설시조 찾는 작업을 하고 있다. 소설 속에 사설시조 형태를 띤 것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그는 “우리의 소설작품들 속엔 과거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양식이 스며 있습니다. 어느 부분에선가 사설시조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죠.”라며 분류작업에 한창이라고 한다.
이미 그는 김유정 박완서 김영하 등의 소설 속에 스며있는 사설시조를 찾아냈다면서 당분간 이 작업에 심혈을 기울일 예정이라 말한다. 이와 함께 주영숙은 새로운 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단순히 소설 속에 존재하는 사설시조를 추려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소설을 사설시조 형식으로 쓸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미 구상은 다 끝났습니다. 「거북아 거북아」라는 제목의 소설인데 수로부인이야기를 환상소설적 형식을 가미하여 21세기에서 1400여 년 전을 바라보면서 다른 시각으로 써볼 예정입니다.”
문학미술의 집인 ‘난정뜨락’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난정뜨락’을 개인미술관으로 등록할 예정이라 한다.
장애를 극복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주영숙. 그의 예술가로서의 삶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부단한 노력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개척가 정신 때문은 아닐까.

주영숙
시인 소설가 평론가 화가 전통공예가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장애인문인협회 회원
소설 『내일은 죽을 수 없는 여자』『나쁜 그림』외 다수
시집 『가을시인에게』 『사랑이 없어 슬픈 시』외 다수
곰두리문학상 월간문학신인작품상
한국문학예술신인작품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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