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매듭인 우리 문화
삶의 매듭인 우리 문화
  • 신금자
  • 승인 2007.07.1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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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금자[수필가 · 독서신문 편집위원]
 문화 충격은 낯선 외국에서 낯익은 문화적 신호를 잃어버려 생긴다.
한 나라의 문화권에 속한 사람이 다른 나라를 방문할 때 나타나는 예기치 않은 문화적 차이를 말한다. 본국에서는 다양한 문화 활동을 스스로 잘 수행한다. 그러나 환경이 바뀌면 사소한 일조차도 새로 익혀야 하니 정신적 부담이 커진다. 감정과 가치관의 혼란까지 올 수 있다.
 우리 나라가 지구촌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는 문화 중에 이런 것이 있다.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이 별로 의식하지 않은 채 이리 밀리고 저리 밀고 신체를 툭툭 치고 다닌다는 점이다. 모르는 사람과 신체가 닿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그들로선 영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팔이라도 부딪히면 이내 미안하다고 하며 살아온 그들이 별일 아니라는 듯, 무사태평한 우리의 태도가 더 의아하다.

 좁은 땅덩이에 인구가 많으니 먹고 사는 일로 가벼운 신체 접촉이 끊임없이 일어났을 터이다. 그때마다 예를 차리는 것이 사치였을지 모른다. 번거롭다 뿐이랴. 그래서 대충 눈감아 주다 아주 정착하고 말았으리라. 이 무신경은 언제부턴가 아무렇지 않게 몸에 밴 우리만의 문화가 되었다.
 
 다른 나라를 여행하다보면 우리 나라는 참 살기 좋은 나라다. 자연풍광이 빼어나거나 역사적 사료나 건축의 규모가 어리어리하여 세계인이 좋아할 관광지는 못되지만 흔하지 않은, 산 좋고 물 좋은 나라다. 더불어 사계가 뚜렷하여 우리 몸의 에너지인 먹거리와 물, 과일 맛으로 인심을  낸다.  산, 들, 바다에서 나는 다양한 음식을 맘대로 즐길 수 있는 나라다. 그래서일 것이다. 물 좋고 기후가 좋으니 설 땅이 좁아도 서로 부대끼며 의지하는 것을 정으로 알고 살아왔다. 아니, 요즘도 도심의 거리나 전철은 사람들로 넘쳐난다. 서로 부딪치지 않을 재간이 없다. 그 같은 일이 일상이 된지 오래다. 같은 시간대에 일제히 밀려드는 인파속에서 부딪히지 않으려고 온 신경을 세우고 긴장을 한다는 것은 오히려 부딪치는 일보다 더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우리 나라에서 생활하는 외국인들도 익숙해지니 무신경이 오히려 편하다고 했다. 번화가나 역내에서 혹은 버스에서 부딪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 않아도 되니 세상 편하다는 것이다.
 어느 곳에서나 무슨 일이든 오래 그 문화에 젖어보아야 실제로 얼마나 더 인간적이고 편한가를 가늠할 수 있다. 그리고 점점 외국여행이나 유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하여 다른 나라에 가고자할 때는 그 나라의 풍습이나 관습, 특별히 주의할 매너 정도는 익히고 여행을 하는 것이 좋겠다. 그것이 곧 국제적 감각으로 사는 우리의 나눔이며 친숙한 국민으로 기억되는 지름길이다.
 
 전시 행정으로 국제적 행사만 잘 치루면 되던 시대는 지났다. 언제든지 여행객이나 유학생들 혹은 여타 다른 업무로도 이 나라 저 나라를 오고 가는 시대다. 예전에 비하면 우려할 정도의 수준은 벗어났지만 아직도 남을 불편하게 하는 일이 빈번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공항에서부터 기필코 ‘코리언’ 임을 알리고야 만다. 공항버스는 물론 비행기가 착륙한 뒤 계류장으로 이동 중에 미리 일어나 짐을 챙겨 통로에 나서는 사람들이 흔히 있는데 이것은 매너가 아니다. 그리고 때로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은근과 끈기의 이면에 이 조급증도 좀체 고쳐지지 않는다. 툭하면 봇짐을 이고, 지고 피난을 다녔던 우리 민족의 과거 잠재의식에서 비롯되었으리라. 이제 이웃하는 나라 사이에 피난이란 있을 수 없고 독단으로 전쟁을 일으킬 수도 없다. 그랬다간 국제적 포탄으로 고립되고 말지니 세계가 같이 움직이는 한 유기체라고 본다. 그 불가분의 경계지대에 이제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미 문화 다변화로 경계인마저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들과 내통하고 공유할 지구촌은 조금 불편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위해 참고 기다려주는 에티켓이 절실하다. 그렇잖으면 ‘로마에 가서는 로마법을 따른다’는 원칙으로 신호를 지켜줘야 하리라.
 
읽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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